[우리말바루기] ‘렬’과 ‘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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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당첨될 확률이 워낙 낮기 때문에 복권 구매는 돈을 그냥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가 인민폐 환율 조정을 포함한 정책들을 고려할 것이다.” “국회는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이혼숙려제’라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첫째 방법은 실패율이 높아서 채택되지 못했다.”

위 예문에 나오는 단어인 확률·환율·이혼율·자살률·실패율에는 모두 率이라는 한자가 들어 있다. 이 글자의 본음은 ‘률’이다. 그렇다 보니 환률·이혼률·실패률처럼 본음대로 적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것은 경우에 따라 ‘율’과 ‘률’로 다르게 표기해야 한다.

한글맞춤법은 한자음 ‘랴·려·례·료·류·리’가 단어의 첫머리에 올 때는 두음법칙에 따라 ‘야·여·예·요·유·이’로 적고 첫머리 이외일 경우에는 본음대로 적도록 규정해 놓았다. 이대로 적용한다면 첫머리에 오는 게 아니므로 환률·이혼률·실패률처럼 적는 게 맞겠지만 여기에는 예외 조항이 있다. 모음이나 ㄴ 받침 뒤에 이어지는 ‘렬·률’은 ‘열·율’로 적도록 한 것이다. 이 규칙을 적용하면 환율·이혼율의 경우는 ㄴ 받침 다음에 오는 ‘률’이므로 ‘율’로 적고, 실패율의 경우는 모음 다음에 오는 ‘률’이므로 ‘율’로 적는 게 맞다. 확률이나 자살률은 ㄴ 받침이나 모음 다음에 오는 게 아니므로 본음 그대로 적는다. ‘선율(旋律)·법률(法律)’의 律이나 ‘비열(卑劣)·용렬(庸劣)’의 劣, ‘선열(先烈)·열렬(熱烈)’의 烈을 서로 다르게 표기하는 것도 이 조항에 따른 것이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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