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카고 등 '가방 정리법' 학원이 인기 끄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가방 좀 열어볼까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교외에 사는 아나 호마윤은 하루에도 수십번씩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는 공항 검색대에 근무하는 사람도 아니고 야구 경기장 안전요원도 아니다. 평범한 교사다. 하지만 그의 담당 과목은 ‘자료 정리법’이다.

주로 남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자료 정리법’을 가르치는 학원이 미국 중산층 지역에서 인기라고 뉴욕타임스 1일자가 보도했다.

존 페라리(14)의 가방에는 작문, 맞춤법, 어휘, 시험지 등 학습자료와 과제물 등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한참을 정리하다 보니 페라리가 소리쳤다. “아, 수업 시간표가 여기에 있었네요. 아이구 살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남학생보다 여학생의 학업 성적이 뛰어난 데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다양한 처방을 내놓고 있다. 학생이 자리에 오래 앉아서 버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학생들이 여기 저기 돌아다닐 수 있도록 교실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호마윤은이 운영하는 ‘그린 아이비 교육 컨설팅’의 1시간 등록비는 100달러(약 9만원). 결코 싼 값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과제는 과제끼리 보관하고, 오늘 할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수첩에 정리했다가 반드시 실천하도록 도와준다. 하루 2시간 동안 숙제할 때는 인터넷이나 컴퓨터 게임, MP3플레이어에 손대지 않는 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사들은 남학생들의 학업 성적을 올리려면 가방 정리법부터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남학생은 여학생에 비해 사물을 정리하는 기술이나 ‘멀티 태스킹’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방 정리법’을 가르치는 학원은 시카고, 뉴욕, 새러소타(플로리다 주) 등지에서 인기다. 돈나 골드버그는 17년전부터 뉴욕 맨해튼에서 학생들에게 ‘정리법’을 가르쳐왔다.

알래스카대에서 남학생 학습 문제를 연구해온 주디스 클라인펠드(심리학) 교수는“과학적 수치는 댈 수 없지만 남학생의 주변 정리 능력이 여학생보다 늦게 발달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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