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해안도시 절반이 침수…英은 시베리아처럼 추워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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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미래의 주적(主敵)은 테러집단이 아니라 자연재해다."

미국 국방부는 향후 20년 안에 기후 변화로 전 지구적 차원의 자연재해가 일어날 것이며 이것이 테러보다 더 미래 사회의 심각한 안보 위협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는 비밀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영국 가디언지의 일요판인 '옵서버'가 22일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4개월 전 이 보고서를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보고했으나 민감한 내용 때문에 지금까지 기밀 취급하고 있다고 옵서버는 전했다.

이 보고서는 조지 부시 행정부 때부터 핵심 군사 전략가로 활동해온 앤드루 마셜(82)총괄평가국장이 작성을 주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유럽의 해안도시 상당수가 바다에 잠기며 영국은 시베리아성 기후로 바뀌는 등 생존 여건이 극도로 악화된다. 이로 인해 각국이 식량과 물.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핵무장에 나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하고 있다. 다음은 보고서 핵심 사항 요약.

엄청난 폭풍우가 네덜란드의 해안선에 몰아쳐 2007년까지 헤이그 같은 큰 도시들이 바다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2010~20년 유럽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최악의 후유증을 겪게 된다. 녹아내린 빙하가 심해 해류에 영향을 미쳐 서부 유럽 날씨를 좌우하는 멕시코만 난류의 흐름을 바꿀 수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연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3.3도 떨어져 영국은 더 춥고 건조한 날씨로 변할 것이며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의 기후와 유사해질 가능성도 크다. 또한 미국과 유럽에서 기온이 32도를 웃도는 날이 지금보다 3분의 1 더 늘어날 것이다.

식수 확보를 위한 싸움도 피할 수 없게 된다. 해수면 상승으로 먹고 살 터전을 잃은 사람들은 살 길을 찾아 보트 피플이 될 것이다. 인간의 생존 한계를 넘는 추위가 몰려와 황무지가 돼버린 스칸디나비아의 사람들은 남쪽으로 몰려오고 폭염과 가뭄에 시달린 아프리카 사람들도 유럽으로 탈출할 것이다.

핵무기 확산도 막을 수 없게 된다. 한국과 일본.독일은 핵 보유 국가가 되며 이스라엘.중국.인도.파키스탄은 실제로 핵무기 사용을 현실화할 가능성도 커진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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