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뒤맛 씁쓸한 백승일 징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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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한국민속씨름협회(現 한국민속씨름위원회)가 지난해 12월2일 소년장사 백승일(白承一.19.청구)에게「차기 1개대회 출전정지」처분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그가 94장사씨름 LA대회(9월28일)에 무단 불참했다는 이유에서다.이에 따라 그는 올시즌 첫 대회인 95설날장사씨름대회(1월31일~2월1일)에 출전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는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물론 징계 자체를 시비하는 것은 아니다.저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그가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더욱이 그는 지난93년 데뷔 첫해,그것도 열여덟 나이에 천하대장사에 오르며 스타탄생에 목말라온 팬들로부터 무더기 사랑을 받아온 스타였기에 매를 들바에야 남보다 더 때릴지언정 덜어줄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징계는 매끄럽지 못했다는 비판을 비켜나기어렵다.징계는 한마디로 일벌백계(一罰百戒),즉 한번 본때를 보여줘 유사한 잘못을 차단하는 예방백신이어야 한다.
과연 이번 징계가 이같은 원론에 충실했을까.결론은 『아니오』다.시기부터 한참 어긋났다.「문제행동」이 있으면 지체없이,다시말해「그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수그러들기 전에 징계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백승일징계는 문제행동으로부터 2개월이 더 흐른 지난해12월2일에야 내려졌고 그 사이 제81회 장사씨름대회(10월20~23일)와 94천하대장사씨름대회(11월19~20일)가 무사히(?)치러졌다.이처럼 그의 잘못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마당에 불쑥 징계를 들고나오는 바람에「보복성」이니,「사후약방문」이니 하는 달갑잖은 소리가 새어나오는 것이다.
형식도 그렇다.뒤늦게나마 징계를 내렸다면 이를 널리 알려 징계의 참뜻을 살렸어야 한다.그런데 한달이 지나도록 쉬쉬함으로써백계(白戒)는 커녕 일계(一戒)에 그치고 말았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설날대회에서 백승일이란 스타를 못보 게 됐다는 소박한 아쉬움도 아쉬움이려니와 2년 표류끝에 새 총재를 영입,제2의 도약을 서두르는 씨름계가 새 출발부터 안들어도 될 소리를듣는 것이 안타까워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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