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의야망>下.新패권국 향한 군사 공룡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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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일본은 지금까지의 수동적인 안보상 역할에서 벗어나 질서 유지를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해야할 책임을 지고….』 日 방위문제간담회가 지난해 7월에 낸 보고서「일본의 안보와 방위력의 방향」은 향후 일본 방위.안보정책의 지향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앞으로는 경제대국에 걸맞은 군사적 입김을 낼 것이며 냉전붕괴이후 힘의 공백상태에 빠져있는 국제질서의 새 주축으로 또아리를틀겠다는 것이 이 간담회의 구상이다.
물론 日정부 어느 부처도 군사대국이라는 용어 자체에 알레르기반응을 보인다.일제(日帝)에 의한 과거사의 망령이 다시 아시아국가와 일본내 중도.좌파를 자극할 것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대신 그들은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郎)신진당 간 사가 사용하는「보통국가」나「정치대국」,「국제공헌」등의 용어를 즐겨 쓴다.
그러나 일본이 주창하는「국제공헌」등은「다테마에(겉 마음)」일뿐이며,「혼네(속마음)」는 지역 패권을 위한 군사대국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의 불침항모론(不沈航母論),92년이후 자위대의 세번째 해외파병에 이어 일본은 이제「국군」을 가진 新패권국가로 줄달음치려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쿄(東京)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 13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亞.太안전보장세미나」는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의 아시아版 맹주(盟主)를 꿈꾸는 일본의 첫 발걸음이라는 분석이 강하다.
일본의 이같은 군사대국화 전략은 자민당 일당(一黨)지배의「55년 체제」붕괴에 따른 정치의 우경화,균형자(Balancer)없는 새 국제사회의 태동이라는 정세 변화의 산물이다.그리고 GNP 1%내에서도 아시아 최고수준인 방위비와 그 뒤에 숨은 첨단기술은 군사대국화를 가능케 하는 버팀목이다.
국군이 아닌 자위대를 가진 일본의 올 방위예산은 4조7천2백36억엔으로 세계 7위를 달리고 있다.
58년부터 3년 또는 5년단위의 방위력 정비계획을 세워온 결과다. 절대적 방위비의 차원을 떠나서도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향한 움직임은 다양하다.
제도적.법적 장치 정비(소프트웨어)와 첨단무기 개발.도입(하드웨어)이 한데 어울려 군사면에서도「공룡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 한해는 실질적인 군사대국화의 원년(元年)이라할수 있을만큼 군사.방위면에서의 변화가 많았다.
제도적 장치의 경우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준하는위기관리기구의 구축에 나섰으며,유사시로 한정돼있는 자위대의 통합막료회의 지휘권한을 평시까지 확대하는 개혁안을 마련했다.「즉응(卽應) 예비 자위관제」를 신설,1만5천명의 예비 자위관을 일선 부대에 편성시켜 예비력을 강화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법적 장치의 경우 92년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을 제정,자위대 해외파병의 길을 연데 이어 지난해에는 재외 일본인 구출을 위해 자위대機를 파견할 수 있도록 자위대법을 개정했다. 「분쟁당사국의 정전합의」등이 포함된 PKO참가 5원칙의 개정과 PKO협력법 아래에서 인정되지 않고있는 평화유지군(PKF)에 대한 참가동결 해제 움직임도 부쩍 강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군사대국화를 떠받치는 기반은 군사장비의 첨단화 계획이다.특히 장비 첨단화는 버블경제 붕괴이후 불황타개를 위한 방위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역(戰域)미사일방위(TMD)구상을 위한 민관(民官)연구회 발족,정찰위성 개발착수,차기다용도지원기(UX)2기와 공중조기경보기(AWACS)4기 도입결정,차기전술수송기(CX)의 국산화등군사장비의 첨단화 계획은 고삐가 풀린 양상이다.
여기에 미쓰비시(三菱)중공업,도시바(東芝),가와사키(川崎)중공업,후지(富士)중공업등 세계유수기업 1백여사의 TMD.정찰위성.CX계획 참가는 눈여겨봐야할 대목이다.
경제대국,정치의 우경화와 한 고리를 이루면서 달려가고 있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는 향후 국제질서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최대의 동인(動因)임에 틀림없다.
[東京=吳榮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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