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록' 가르치는 선생님 이야기 '스쿨 오브 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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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 오브 락'이 어떤 영화냐고 묻는다면 '사운드 오브 뮤직'의 록 버전쯤 된다는 대답이 가장 그럴 듯할 것이다. 두 영화 모두 일상에 매여있던 아이들과 제도권 교육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소 엉뚱한 교사가 등장하고, 음악을 통해 감춰진 에너지를 분출시켜 이를 삶의 활력소로 삼는다. 거기다 너무나 뛰어나서 믿기 어려운 아이들의 재능까지 닮은꼴이다.

*** '열린 학교' 만드는 유쾌한 반란

반면 외관은 상당히 다르다. '에델바이스''도레미송'같은 감미로운 곡들을 '스쿨 오브 락'에서 들을 수가 없다. 대신 정열적인 전자 기타 연주와 목청을 내지르듯 부르는 샤우팅 창법이 등장한다. 더 결정적인 차이는 교사다. 왈가닥이긴 하지만 한때 수녀 지망생이었던 마리아 선생님에 비한다면 '스쿨 오브 락'의 초등학교 대리 교사(실은 친구 이름을 슬쩍한 가짜 교사다) 듀이 핀(잭 블랙)은 할리우드 상업영화의 주인공이라기엔 너무나 처진다. 뚱뚱하고 키가 작고 촌스러운 외모를 지녔고 그 외모 탓에 밴드에서도 퇴출당한 남자라니. 꽃미남이 망가지는 건 용서해도 애초부터 이런 조건이라면 '장사'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 비주류적인 주인공이야말로 빤한 이야기에 윤기를 불어넣는, 이 영화 최대의 승부수다. 아이들을 잘 가르쳐 록밴드 경연대회에서 우승한다는 식의 결말은 영화깨나 본 사람이라면 진작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1년 학비가 1만5천달러가 넘는 고급 사립학교라는 데서, 학부모의 참견을 두려워하는 교장 멀린스(조앤 쿠색)의 신경증적인 태도에서 학부모의 반대라는 역경이 한 차례 다가올 것이라는 점도 충분히 예견된다.

실제로 테네이셔스D라는 밴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듀이 역의 잭 블랙은 이러한 익숙한 이야기 위에 전혀 다른 색채를 섞는다. 록에 살고 록에 죽는 그로서는 록의 역사와 록의 정신을 가르치지 않는 교과 과정을 도대체 수긍할 수가 없다. "아니, 이 학교는 뭘 가르치는 거야. AC/DC도, 레드 제플린도 몰라?"

그는 교장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도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가사를 천연덕스럽게 읊으며 피해간다. 그리고 왕따.뚱보.공주병 등 알고 보면 한군데씩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 록의 정신인 반항심을 일깨워주고 록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식의 격려도 잊지 않는다.

*** 아역들 실제 노래에 연주까지

돈키호테 같은 그의 좌충우돌은 유쾌한 웃음을 이끌어내며 적어도 이 영화가 상영되는 두시간만큼은 관객도 록의 정신이 뭔지 알 것 같은 공감을 느끼게 한다.

'스쿨 오브 락'을 보고 나면 아역 배우들의 정체(?)가 궁금해질 것이다. 이들의 연주 장면은 눈속임 촬영으로는 불가능했다. 제작진은 다섯달에 걸쳐 뉴욕.시카고.LA 등 미 전역을 돌며 연주와 노래가 가능한 수천명을 만났다. 여기서 선발된 아이들은 10주간 합숙하며 록 연주를 배웠다. 이 영화는 지난해말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올해의 톱10 영화'에 5위로 뽑히기도 했다. '비포 선라이즈'의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연출했다. 27일 개봉. 전체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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