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개인 고가주 매입 역부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 아무리 애써도 이루지 못할 일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옛 속담이다.

최근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의 행동은 마치 이런 속담을 되새기며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의 입장에서 요즈음 주가가 너무 오른 것이 사실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미 지난해 3월에 비해 70%(510→870~880)나 올랐다.

외국인 투자가들이 끊임없이 사들이는 삼성전자.삼성SDI.SK텔레콤.신세계 등은 한 주에 수십만원이나 해 선뜻 사들이기가 쉽지 않다.

활황장에도 불구하고 주식투자로 재미를 봤다는 개인투자자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예전같으면 개인들이 쌈지돈까지 싸들고 주식시장으로 뛰어들법도 한데 지금은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승장세의 수혜를 받지 못할 바에야 아예 시장을 떠나는 편이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들은 실제로 지난해 이후 줄기차게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지난주 말 고객예탁금은 9조4천억원대로, 주식형펀드는 7조6천억원대로 줄어들었다.

최근 개인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주가가 오르면 원금이라도 되찾아서 나오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900을 눈앞에 둔 증시가 1,000까지 올라도 단순계산하면 수익률은 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주가가 오를수록 팔겠다는 사람이 많은 것은 2년 전 900선 전후에서 매수에 나섰다가 주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낭패를 본 주식이나 펀드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기다린 시간은 아깝지만 추가상승을 노리다가 외국인들의 '셀 코리아'에 당하느니 원금이나 찾아나오는 것이 상책이라는 계산이다.

그러나 외국인은 종합주가지수를 봐가며 '바이 코리아'에 나서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직시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은 개별 시장보다는 세계 증시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해 향후 3~5년간 안정적인 실적을 낼 기업을 골라 사들인다. 증시 양극화가 심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외국인들은 이익이 계속 나는 기업이라면 지금 주가가 아무리 비싸더라도 못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