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셰허, 그림 같은 수순으로 포석 리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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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준결승전 제2국
[제3보 (43~64)]
白.謝 赫 5단 黑.朴永訓 5단

박영훈은 전체적인 사이즈가 대형이다. 키도 크고 코도 크고 엉덩이도 크다. 얼굴엔 항시 순진한 미소가 흐른다. 신문사의 편집자들 중에서 특히 여성기자들은 박영훈을 보며 인상이 좋다고 말한다. 이세돌의 예리함과는 정반대로 푸근한 느낌을 주는 듯싶다.

이런 느낌의 젊은이가 험난한 승부세계에서 칼날을 겨루며 어느덧 일류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모를게 인생이다.

박영훈은 더구나 발동이 늦게 걸린다. 1국에서도 초반은 고전하다가 중반부터 힘을 내 역전에 성공했다. 돌이 복잡해지면 잘 두는 박영훈의 모습에서 어릴 때 이창호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우선 백44. 너무 푹 들어가서 이 사람이 왜 무리하나 싶었는데 이 수는 일종의 페인트 모션이었다. 이 수를 희생타로 46,48을 얻어내 우변을 안정시킨 뒤, 재차 56, 58로 상변을 파고든 수법이 선명한 흐름을 보여준다. 야구로 치면 그림 같은 중전안타를 치고 있다.

64까지 안정하자 "포석은 백 성공"이라고 검토실의 프로들이 입을 모은다. 더구나 백에겐 '참고도'처럼 넘어가는 수단이 있다. 보통은 끝내기라서 서두르지 않는 수지만 지금은 백 전체의 사활과 관련되어 선수가 될 수 있다. A로 연결하며 집을 내는 수단이 있어 흑은 받을 수도 안받을 수도 없는 진퇴유곡의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흑은 서둘러 B에 지켜야 한다는 얘기인데 여기서 후수를 잡는다면 전국적으로 밀릴 가능성이 농후해 지는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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