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과거사에 대해 진실로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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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베이징(北京)은 28일 아침에 눈이 내리고 찬바람이 몰아치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를 맞은 중국 정가와 언론의 태도는 따뜻하고 융숭했다.

후쿠다 총리는 과거사에 대해 반성의 태도를 보이면서 이에 화답했다. 그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서 "과거에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했던 역사에 대해 진실로 반성한다"며 "일본은 평화발전의 길을 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파격적인 수준의 의전에서부터 지도자들이 주고받은 대화, 실무 협상의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중.일 관계의 현저한 변화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후쿠다 총리를 맞기 위해 중국 측에서는 후진타오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국회에 해당) 상무위원장, 원자바오 총리 등 정계 서열 1~3위가 총출동했다. 원 총리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 후쿠다 총리와 인민대회당에서 회담했다. 원 총리는 "전략적 호혜관계를 크고 새롭게 발전시킬 기회를 잡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쿠다 총리는 "4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며 "양국이 거대한 기회를 맞았으니 아시아와 세계의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고 대화하자"고 화답했다.

후쿠다 총리는 "원 총리가 4월 일본 방문 기간에 야구 유니폼을 입은 모습을 보고 함께 야구하자고 제안했는데 회신이 없었다"고 하자 원 총리는 즉석에서 "좋다. 기회를 만들어 같이 하자"고 흔쾌히 동의했다. 양국 총리는 회담 후 사상 처음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발해(중국명 보하이)만을 비롯한 지역의 환경 보호를 위해 양측이 9억 달러씩 총 18억 달러의 공동환경보호기금을 조성해 환경 보호 노력을 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후쿠다 총리는 '기회와 책임'이란 주제로 베이징대에서 강연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국(CC-TV)은 중국 전역에 생중계했다. 전례가 드문 일이다.

중국 정부는 계획을 바꿔 원 총리 대신에 후 주석이 직접 환영만찬을 주재해 후쿠다 총리에 대한 예우를 격상시켰다.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 총리에게 환영 만찬을 제공한 것은 1986년 후야오방(胡耀邦) 당시 총서기가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당시 총리를 환대한 이후 21년 만이다.

후쿠다 총리는 29일 톈진(天津) 빈하이(濱海)특구를 시찰한 뒤 30일에는 중국 전통문화의 한 뿌리인 산둥(山東)성 취푸(曲阜)의 공자(孔子) 사당을 참배하고 귀국할 예정이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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