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등급제 수능, 물리Ⅱ 복수 정답…잇단 정책 실패에도 노 대통령 표창 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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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는 국무조정실로부터 올해 정부 업무 평가 및 성과 관리 확산 부문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방자치단체를 포함해 전체 행정부처.기관 중 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기관 표창을 받은 곳은 교육부가 유일하다.

올해 교육부는 평준화 등급제 수능으로 인한 혼란의 한가운데 있었다. 사상 유례 없는 수능 재채점 사태를 초래했으며, 대학에 "내신 반영 비율을 50%로 올리라"고 강요했다가 반발에 부닥치는 등 입시 혼선을 일으켰다.

새 정부 출범에 따라 해체.축소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교육부가 대통령상을 수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말도 안 되는 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측근들이 무더기로 훈장을 받은 데 대한 비난이 교육부에도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뭘 잘했기에"=교육부는 11월 말 국무조정실에 제출한 공적 조서에서 "학생.교사.학부모가 만족하는 성과관리 계획을 작성하고, 공교육 신뢰 향상, 세계적 수준의 고등교육(대학) 수월성 확보 등의 목표를 설정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의 4대 혁신 과제(업무.성과.재정.지식)를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지방교육 행.재정 통합 디지털 시스템을 개발해 시.도교육청에 보급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지방 교육청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혁신했다는 것이다.

국무조정실은 이런 공적 내용을 검토한 뒤 성과관리 확산 부문 최우수 기관(대통령상)으로 교육부를 선정했다. 국무총리상을 받는 곳은 경기도 부천시와 관세청이다.

◆"없어질 부서가 대통령상 받나"=현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향후 5년간 국정을 운영하면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알려진 분야 중 하나가 교육이다. 특히 교육부는 폐지되거나 과학기술부와 통합되는 등 기능 축소가 확실시되고 있다. 수술 대상 1순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이명박 선거캠프에서 자문 역할을 해 온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는 "교육부로 인해 올 한 해 대학이나 고교 등 일선 교육 현장이 시끄러웠는데 뭘 잘해서 어떤 근거로 상을 받는지 정말 의아하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초.중등 교육 관련 업무는 시.도교육청으로, 대학 관련 업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으로 넘어가는 등 교육부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양대 정진곤 교수도 "정권 말기에 대통령 측근들이 무더기로 훈장을 받듯이 교육부가 그동안 코드를 잘 맞춘 데 대한 보상이냐"며 "무슨 근거로 이런 상을 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학부모나 학생들도 대부분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올해 고3 학부모인 서은주(45)씨는 "딸아이를 포함한 1989년생들이 교육부의 대입 정책 때문에 지난 3년간 얼마나 희생을 당했는데 학생들을 완전히 희생양으로 만들어 놓은 부서에 대통령이 상을 준다는 건 학부모의 정서를 모르는 처사"라고 말했다.

재수생인 김의진(20)씨도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학생들을 실험용 모르모트로 만들어 놓은 부서에 상을 준다니 어이가 없다"며 "교육부가 어떤 성과를 냈는데 이런 상을 받느냐"고 말했다.

강홍준.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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