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6000 대 1 경쟁 뚫고 새해 '한국 첫 우주인' 예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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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31.사진)씨는 한국인 최초로 우주 탐사를 하는 행운을 잡았다. 지난해 우주인 후보 선발에 응모한 3만6206명 가운데 최후의 승자가 된 것이다. 9월 5일 우주인으로 최종 선발됐다는 소식을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훈련센터에서 접하고 "부모님께 영광을 돌린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까지 접전을 벌이다 탈락한 이소연(29.여)씨는 고씨가 부상 등 유고로 우주선에 오르지 못할 것에 대비해 러시아 예비팀과 함께 훈련을 받고 있다.

고씨는 내년 4월 8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러시아 소유스호를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올라가 4월 19일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우주정거장 왕복과 체류 기간을 합해 약 10일간 우주 생활을 하는 셈이다.

고씨는 최종 선발 전 러시아 가가린훈련센터에서 이씨와 함께 훈련받을 때 러시아어와 우주 지식을 익히기 위해 대학입시보다 더 치열하게 공부했다. 두 사람 간 경쟁에서 훈련과 어학 성적 등 어느 하나라도 나쁘면 탈락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런 집념과 차분한 성격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의 영예를 안겼을 것이다.

서울 한영외고,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군 복무를 카투사로 해 영어 구사에 능하다. 중국어도 잘하는 편. 2004년 여름 파미르 고원의 해발 7500m의 '무즈타크-아타'를 등반하는 등 모험심도 강하다. 그해 전국 신인 아마추어 복싱 선수권 대회에서는 서울대 복싱 동아리 소속으로 출전해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1m70㎝ 키에 호남형이라 대중적 인기도 높다. 혈액형은 A형. 현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소속돼 있다.

그를 우주에 보내는 데는 약 2000만 달러(약 186억원)가 든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우주여행을 하는 셈이다. 지금까지 34개국이 462명의 우주인을 배출했다. 고씨가 우주정거장 안에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았다.

고종관·박방주·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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