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대통령 - 재계 총수 화기애애 120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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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右>와 재계 총수들이 악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승연 회장,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 조석래 전경련 회장. [국회사진기자단]

"대통령 당선자와 재계 총수 간의 간담회라기보다는 동고동락해 온 기업인들끼리 오랜만에 모여 회포도 풀며 '잘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자리 같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

28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명박 당선자와 대기업 총수들 간의 경제인 간담회는 이처럼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 당선자의 사돈 집안이자 전경련 회장인 조석래 효성 회장이 먼저 인사말을 했다.

"이번 대선만큼 국민의 관심이 높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국민이 가장 바라는 것은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 기업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야 가능합니다."

조 회장은 이어 "시장 원칙을 존중하고 법치주의를 확립해 기업인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요청했다.

이 당선자는 "선거 끝나고 가장 먼저 찾은 곳(기관)이 전경련"이라며 "온 국민이 바라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적극 협력해 달라고 부탁하러 왔다"고 화답했다.

이어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이 당선자와 총수들 간에 보다 심도 깊은 대화가 오갔다. 다음은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 등 참석자들이 전한 대화 내용.

▶이건희 삼성 회장="기업들은 분위기만 조성되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열심히 하면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4만 달러 되는 시대도 충분히 가능하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법과 원칙에 따라 불법 파업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으로 노동운동의 법치주의를 확립해 달라."

▶구본무 LG 회장="기업인들이 존경받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를 늘려 부모들이 좋아할 만한 젊은 층 일자리를 많이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최태원 SK 회장="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는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에 접근해 해외 자원 개발에 나서야 한다. 자원 외교를 통해 정부가 적극 지원해 달라."

▶김승연 한화 회장="내년도 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확대하고 채용 규모도 대폭 늘리겠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항공과 해운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

▶김윤 삼양사 회장="부가가치가 큰 비즈니스로 포트폴리오(사업분산)를 개편하고 R&D 투자를 확대해 신성장동력을 확충해 나가겠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공장총량제 등 수도권 규제가 외자 유치와 기업의 투자 확대에 지장을 주고 있다. 차기 정부에서 수도권 규제를 획기적으로 정비해 달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관광사업은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미래 산업이다. 중국 인구가 13억 명인데 한 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100만 명 정도다. 중국 인구가 다 오려면 1000년이 걸리는 셈이다. 차기 정부에서 관광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인프라를 강화해 달라."

▶이구택 포스코 회장="자원이 부족한 우리가 유가와 원자재 가격 급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경제외교 분야에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

▶조석래 회장="경제대통령의 탄생을 환영한다. (이 당선자의 공약인) 7%대 성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자."

이 당선자는 대기업 총수들의 얘기를 들은 뒤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친기업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일자리 만드는 분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과거에 더 이상 얽매이지 말자. 오늘부터 미래를 향해 새롭게 나가자"며 "내년엔 정말 경제가 잘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그는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매우 중요하다"며 "기업들이 그런 면에서 조금 더 신경 써 주면 좋겠다"는 요청도 했다.

표재용.문병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국내 최대 민간기업 단체. 재계의 중지를 모으고 이를 정부 시책에 반영한다는 취지로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 로 발족했다. 68년에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업종별 단체 63개와 360개 기업 회원사가 있다. 외환위기 때엔 정부 위임을 받아 주요 업종 간 '빅딜' 을 중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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