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로 있으면 내게 전화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8일 "12월 19일 이후 기업인이 권력에 대해 부담이 없는 세상이 됐다"며 "서로 부담 없이 선거를 치렀기에 당당하게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제 정경유착이란 단어는 없어지고 (서로) 협력하는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고 주호영 당선자 대변인이 전했다.

(12 월 28일자 1면 보도)

이 당선자의 전경련 회관 방문은 대통령 당선자 신분(대통령 포함)으로선 사실상 사상 최초다. 이 당선자는 "기업이 마음 놓고 기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리겠다는 약속과 더불어 온 국민이 바라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이 적극 협력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 대기업 총수 20여 명이 10년 만에 한자리에 모여 이 당선자를 맞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반시장적.반기업적 정서로 기업이 편치 않았다"며 "앞으로 정부가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없다. 진정으로 기업이 원하는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했다. 또 "투자해서 일자리를 만드는 분들이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총수들에게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진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기업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을 하길 국민이 바라고 있다"고 당부했다. 또 "중소기업과의 상생도 필요하다"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매우 중요한데, 기업들이 그런 면에 조금 더 신경 써 달라"는 요청도 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과거엔 더 이상 얽매이지 말자. 오늘부터 미래로 나가자. 금융에 기관이란 말이 붙어 있어선 되지 않는다. 수익을 내는 금융산업으로 봐야 한다. 이런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기업과 정부가 정기적으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기업의 건의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정부가 어떻게 하면 기업이 투자할지 제시해 달라. 직접 연락해도 좋다. 새 정부에선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 것이며 근본은 준법정신이다. 노조도 사용자 측과 상생하는 길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기업도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드는 데 적극 협력해 달라. 부동산 정책은 다소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취임한다고 부동산값이 오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의 주택값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다.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면서 부당한 개발이익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것을 억제하는 정책을 쓰겠다."

이 당선자가 간담회 말미에 두바이의 셰이크 알 모하메드 국왕이 자신의 휴대전화로 외국인 투자자의 고충을 직접 들었다는 일화를 전하며 대기업 총수들에게 "언제든 나에게 직접 전화해도 좋다"고 말했다.

한편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 "앞으로도 오늘같이 경제 살리기 방안에 대해 정부와 재계가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민관 합동으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협조 체제를 구축하고 대통령과 자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