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자갈치시장 지게꾼 삼돌이 매년 불우이웃돕기 성금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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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부산의 새벽을 여는 자갈치시장 지게꾼 삼돌이(본명 白賢一.50). 활어(活魚)처럼 생기찬 자갈치 바닥에서 28년째 지게를져온 「정통 지게꾼」이다.
그런 그가 10년전부터 수해.불우이웃돕기 때마다 빠짐없이 성금을 내 자갈치시장에서 신선한 화제가 되고 있다.
그가 내는 돈은 한번에 3천원 또는 4천원이 정액.재미있는 건 신문사.방송국에 꼭 「자갈치 지게꾼 삼돌이」라는 이름으로 기탁해 접수,관계자들의 웃음을 자아내는 것이다.
일반 샐러리맨에게는 크지 않은 돈이지만 「지게꾼 삼돌이」로서는 냉동명태.문어 상자를 지고 자갈치건물의 5층계단을 3번 오르내려야 나오는 돈이다.
그는 이밖에 길거리.지하철역에서 구걸하는 장애인들을 볼 때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1천~2천원을 꼭 쥐어주고 간다.
그래서 그가 한달에 내는 성금등은 모두 5만~6만원.한달내 버는 돈(60~70만원)의 10%가량에 달하는 액수다.
자신의 생활도 넉넉지 못한 그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서는 것은 「마음이 부자」라는 믿음 때문이다.
팔이나 다리가 없는 장애인들과 고아,버려진 노인들에 비하면 자신은 너무나 행복하고 건강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는 오십의 나이에도 군살하나 없는 근육질인데다 지금까지 병원신세 한번 져보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충남논산이 고향인 「지게꾼 삼돌이」가 부산 자갈치시장에 정착한 것은 군대를 갔다온 직후인 67년5월.
일자리를 찾으러 무작정 부산으로 내려와 자갈치시장을 배회하던중 생선판매아주머니가 『지게나 한번 져 봐라』고 권유해 30년가까운 지게인생을 걷게됐다.
그는 이때부터 시민들이 시장에서 산 생선을 2백m가량 떨어진택시정류소까지 날라 주거나 자갈치 건물내에서 위.아래로 운반해왔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 지게에 의존해 물건을 나르던 시절이어서 자갈치시장 지게꾼은 30여명에 달하는등 지게꾼 전성기였다.그러나 이제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밀려 일감도 크게 줄어들고지게꾼도 5명만 남아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삼돌이」라는 이름도 생선판매 아주머니들이 지어준 것으로 지금까지 본명대신 삼돌이로 통하고 있다.그는 붙임성이 좋은데다 상냥하고 마음씨가 착해 그와 마주칠때마다 사람들이 「삼돌이」 또는 「삼돌이 장가간다네…」하며 반긴다.
이 바닥에서 그를 알아주는 사람은 5백여명.그 스스로도 「자갈치 스타」라고 자부한다.비록 버는 돈은 적지만 어찌보면 그는이 기분에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삼돌이 白씨는 『새벽 자갈치의 생선비린내와 짠 바다냄새를 맡으면 저절로 생기가 돌고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며 『자신은 앞으로 20~30년은 더 지게를 질수 있을 것』이라고 어깨에 힘을 넣는다.
「지게꾼 삼돌이」는 아직도 장가를 안간채 혼자 살아가고 있다. [釜山=鄭容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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