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들의 내책갖기 붐-시집 千부 3백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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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가수가 아닌 보통 사람이 자기 CD를 갖듯이 기성문인이 아닌평범한 직업인들의 자기 책 갖기 붐이 일고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여성 황정은(32)씨는 최근 그동안 틈틈이 써놓은 단상들을 묶어 『조촐한 향연』이라는 자그마한 책을펴냈다.황씨는 이 책을 비매품으로 모두 5백부를 인쇄,주변사람들에게 한권씩 돌렸다.
『그간의 생활을 돌아본다는 마음으로 3백만원을 들여 만들었다』는 그는 남아있는 2백여부는 결혼할 때 하객들에게 선물로 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인 전상배(동민신경정신병원 원장)씨는 지난 여름,부친의 7순을 맞아 부모님과 6명의 형제들,그 자녀들의 글을 모아『자굴산에서 악양루로』라는 가족문집을 만들었다.응암동에서 수예점을 운영하는 권영목씨도 최근 자비를 들여『네 가 있으므로나를 알지만』이라는 시집을 펴냈다.
이같은 「보통사람들의 내 책갖기」붐은 최근 유.무명을 불문하고 솔직한 자기체험을 담은 책이 각광을 받으면서 더욱 활성화되는 추세다.도서출판 김영사의 박은주사장은 『김우중.김대중씨의 자전에세이를 낸 후「내 얘기도 출간해 달라」는 다 양한 계층의요청이 줄을 잇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유명출판사에서는 그간 펴낸 책들과의 수준 차이를 우려,상품성이 뛰어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사람들의 자비출판에 선뜻 응하지 않고있다.이에 따라 자비출판 전담부서를 만든 출판사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도서출판 「삶과 꿈」은 지난해말부터 사내에 자비출판 담당부서를 만들고 보통사람들의 책만들기를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완성된원고를 가져올 경우 시집은 1천부에 3백만원,수필집.가족문집.
소설 등은 5백만원에 출판해 준다.
자기책이 서점에서 팔리기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별도의 돈을 받지않고 판매도 대행해준다.「삶과 꿈」의 이상곤(출판부)차장은『자기책을 내고자 하는 사람들의 문의전화가 하루평균 20여통이 넘는다』며 그간 자비출간한 30여권의 책중 前서울 시 공무원 박수복씨의 에세이집『참다운 삶을 위한 지혜』는 독자의 반응이 좋아 최근 재판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李德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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