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21세기 교통기술 어디까지갈까-우리나라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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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첨단 교통기술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내 놓을게 별로 없다.
』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설치한 통행료 자동징수체제,고속도로 통행관리체계(FTMS)는 이미 오래된 외국기술이다.서울시의「신신호시스템」도 물론 외국기술을 사올 것이고 건설부의 교 통량 측정기도 외국 제품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렇게 외국기술을 사오는 「연구」만 했다.실패를 염두에 둔 「모험투자」를 정부가 한 적이 없다.
시장규모도 작아 제품개발의 채산성도 없다.이대로 가다간 첨단교통기술도 결국 외국에서 사올게 자명하다.
작년부터 우리나라도 첨단교통기술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다.
대한교통학회와 수개의 국책연구원이 「연구단」(단장 李承煥 아주대 교수)을 구성했고,4개 연구과제를 부처업무에 따라 구분해 각 부처가 참가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나라처럼 민간.정부.공공기관을 망라한 「중추조직」이 아직 없다는 것.연구내용도 「우리기술의 개발」이 아니라 아직은 외국기술을 검토하는 수준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가 21세기 교통혁명을 주도하는 기술구룹에 낄 것인가.아니면 외국 기술에 의존하는 후진구룹에 계속 남을 것인가.이를 걱정하는 주체가 지금 없는게 가장 큰 문제다.부처사이에 주도권 다툼을 조정해오던 사회간접자본 투자기획단이 해체된 이후「조정」이 없어졌다.지금 쯤은 민간기업도 상당히 참여해야 하고 또 그동안 참여도가 낮았던 통상산업부.과학기술처.정보통신부 등도 참여폭을 넓혀야 할 때다.
우리도 수요는 있다.자동차생산 세계 8위국이고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국내 수요 또한 폭발적이다.
우리나라부터 시작되는 「아시안 하이웨이」는 유럽의 첨단 「지능도로망」과 바로 연결된다.이 국경없는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에누구의 「지능」을 달 것인가.
정부 입장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
기술개발투자는 어차피 민간의 몫이다.정부는 어디까지 어떤 형태로 지원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세계 여러나라의 기술개발추세를 보면「첨단교통사회」는 21세기 초반이면 가능할 듯 하다.그때는 우리도 소득이 2만달러다.다른 나라에 기술 이 밀릴 이유도 없다.
만약 21세기에도 우리가 외국기술을 계속 사오는 처지가 된다면 그 책임의 일부는 분명 준비를 철저히 못한 지금 우리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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