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세계화 제대로 해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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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요즘 TV에 나오는 공익광고를 보고 시중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그 내용은 디자이너.자동차회사 직원.경찰관등이 각각 스스로의 경쟁자로 해당부문의 선진국을 설정해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는 교훈적인 것이다.
시민들은 이 광고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의문을 떠올리고 친구들끼리 농담조의 얘기를 건넨다.「이 광고를 만든 공보처장관의 경쟁자는 누구냐」「정치인은 수입개방의 대상이 안되는가」등 상당히냉소적인 내용들이다.그러나 이같은 시정(市井)대 화속에 뼈가 있다.지금 시민들은 세계화라는 구호를 신주단지처럼 외쳐대는 정부에 신물이 난 것이다.
세계화를 국민에게 요구하는 정부와 권력층이 먼저 세계화 되지않는데 대해 국민이 짜증을 내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말의 성찬은 오랫동안 표현만 바꾸어 계속되나 실제로 달라지는 것은 적고 삶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다고 국민은 믿고 있다.대형사고와 비리가 연일 지속되다보니 국기(國紀)가 흔들려 이래서야 어떻게 살고 싶은 나라라고 자식에게 얘기할 수 있는지모를 정도다.
결국 이번에 진통끝에 단행된 세계화 내각개편엔 이같은 불만에찬 국민정서를 달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물론 이미 예고된 개각이고 대통령의 또 다른 국면전환용이라고해석할 수도 있으나 정부도 민심을 모를리 없다고 보면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체로 보아 세계화 내각은 먼저 비서실장부터 경제전문가이면서국제감각을 갖춘 인물이고 신설된 정책기획수석실을 중심으로 사령탑이 만들어지는 것으로 구도가 짜여져 있다.
새로운 내각이 이제 진부한 구호가 아닌 진정한 세계화를 실천에 옮기려면 왜 이제까지 세계화 실천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는지부터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우리나라는 지역.문화적으로 세계화가 저절로 이루어지기 힘든 나라다.따라서 인위 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고유한 가치체계를 유지 발전하면서 그 가치 위에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규범을 조화시키기 힘들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세계화는 궁극적인 목표가 있다기보다 하나의 과정으로 파악해야한다.즉 세계화는 제대로 된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만드는 과정이고 자유시장경제가 바탕으로 하는 경제조직.규범을 정립하는 과정이다.자유시장경제는 세계화를 이룩하는데 기본이 되는 경제 이념이자 철학이다.일부의 오해처럼 특정국가의 자본주의 체제를 모방하는 것이 세계화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자본주의는 자유시장경제가 역사적으로 표현된 것이라 나라마다 그 모습이 다르다.
우리는 자유시장경제를 견지하면서 얼마든지 우리식의 자본주의를발전시킬 수 있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그래야 세계화가 곧 선진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막연한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새內閣 믿고 실권을 따라서 세계화의 시작은 제대로 된 자유시장경제를 만든다는 확고한 신념위에 우리 환경에 맞는 옷을입히는 제도의 정립에서 찾아야 한다.세계화는 추상적인 표현이므로 결국 제도의 정립으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말로는세계화를 하자 하고 실제로는 한걸음도 못나가는 구태에서 이번 내각은 벗어나기를 기대한다.이번의 내각구도로도 세계화를 위한 기초를 제대로 닦아놓지 못한다면 우리의 자주적인 세계화의 길은그만큼 멀어질 것이다.여기서 핵심은 대통령이 충분히 일할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다.인선한 참모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충분히 권한을 주고나서 책임을 맡겨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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