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進入제한 철폐 후퇴 안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번 정부 경제부처통폐합은 대체로 여론의 찬성을 받았다.특히「할 일 없는 기획원」을 없앤 것을 환영한 사람이 많다.기획원은 80년대에 들어서부터 점점 다른 경제부처의 일이나 간섭하는「시어머니 구실」만 한다는 핀잔을 받아왔다.그런 데 정작 이 「잔소리하는」 기획원이 없어지고 나니 새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박재윤(朴在潤)통상산업부장관이 기업의 시장진입제한 철폐를재검토하는 방향으로 산업정책을 세우겠다고 암시하고 나선 것이 바로 그 신호다.그동안 기획원은 사 실 정부규제 철폐를 주도(主導)하는 구실을 해왔다.민간경제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줄여나간다는 원칙을 주도하는 시어머니 노릇이었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새 모토인 세계화의 가장 중심적 실현방도는 아무래도 경제규제 철폐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을 것이다.그런데 어이없게도 이번 정부조직개혁에서 기대했던 順작용이 발아(發芽)하기도 전에 규제철폐에 역행(逆行) 하겠다는 反작용만 고개를 쳐들게 되었다.또 낌새를 보건대 재정경제원은 중앙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에 대한 간섭을 반동적으로 강화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이렇게 되면 재경원은 거대한 힘을 주체할 수없어하는 괴물이 될 수도 있다는 일부 의 우려가 적중된다.건설교통부도 마찬가지다.
모든 경제부처가 이제부터는 이른바 부처이기주의의 마찰이나 경제기획원의 간섭이 없이 각기 자기 영역의 행정권력을 「시원하게」새로 구축하는 방향으로 치달을 수 있게 되었다.정부 경제부처의 권력강화란 것은 뒤집어 보면 민간경제활동에 대 한 간섭의 강화다. 부득불 과거 경제기획원이 하던 경제규제 철폐 프로젝트는 이제부터 총리실이나 대통령비서실이 맡아야 하겠다.정부의 산업정책은 그것을 따르는 기업에 공단(工團)입주,정부가 개발한기술,사회간접자본 등을 이용하는 편의를 제공하는 등 인센 티브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금지나 규제는 국제경쟁력을 억누르고 세계화에 역행하는 구실만 할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