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파' 대 '趙파' 민주 분열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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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몸담고 있는 당을 격하하는 것은 자학행위며 자기비하다. 빚더미에 올라 있는 당에 무슨 권력과 기득권이 있겠나."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20일 추미애 상임중앙위원을 향해 일격을 가했다. 전날 秋위원이 "다른 당 후보에게 부역한 분과 분당에 책임있는 분들에 대한 공천은 철회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 소집된 상임중앙위원 간담회에서다. 그동안 말을 아껴온 趙대표지만 이날은 성명 내용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반격했다.

趙대표는 "총선을 2개월 남겨놓고 또 분열한다면 하나가 반으로 되고, 반이 4분의 1이 된다"고 말했다. "공천혁명을 하기 위해 5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대구 출마를 선언했다" "秋위원 성명에 당원 대다수가 동의한다면 당장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한 대목에선 음성이 바르르 떨렸다. 趙대표는 그러면서 "선대위는 민주당이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거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秋위원 등 소장파의 '추미애 선대위원장 체제'요구에 사실상 선을 그은 것이다.

다른 중진들도 "왜 열린우리당이 말하는 논리에 동조해 당내 분란을 일으키나"(유용태 원내대표)고 가세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김경재 위원조차 "秋위원 단독 선대위원장 체제를 선호했지만 이렇게 안정감이 없으면 선거를 치르지 못한다"고 뼈있는 얘기를 했다.

"어쨌든 없던 일로 하자"(趙대표)는 말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곧이어 김상우 광진갑지구당위원장이 "민주당이 秋위원의 사당이 돼선 안 된다"며 당원 3백여명과 함께 동반 탈당, 파문이 더 커졌다. 金위원장은 "秋위원의 추천으로 철새 정치인인 강수림 변호사를 경선후보로 받아들인 당의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탈당 이유를 밝혔다.

장성민 청년위원장은 거꾸로 당권파를 겨눴다. "당 지지율이 5%대로 떨어지고 있는 이 상황에선 수도권 전멸은 물론 20석도 못 얻을 것"이라며 秋위원의 선대위원장 체제로의 조속한 전환을 요구했다. 張위원장은 서청원 의원 석방동의안 가결 및 부패 경력후보 공천 책임론을 제기하며 유용태 원내대표와 강운태 사무총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민주당사엔 秋위원 측 지지자들과 구파 당료들이 말싸움을 벌이고 간간이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면서 하루종일 어수선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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