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대표 22일 입장 밝힐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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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압력 속에서 지난 19일 서울을 떠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 그는 20일 오후 임태희 비서실장을 만났다. 경기도 모처였다. 任실장은 두 시간 이상 崔대표 거취에 대한 의원 1백여명의 뜻을 일일이 전했다고 한다. 任실장은 崔대표와 주고받은 말을 밝히는 데 인색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를 전달했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任실장은 "듣기 싫은 얘기를 듣기 좋게 했다"고 답했다. '대표직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짐작됐다. 崔대표는 이에 대해 "난 마음을 비운 지 오래지만 내가 물러나면 진정한 보수정당을 이끌어나갈 사람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응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崔대표는 이어 "당이 무정부 상태가 되면 안 되니 당 3역을 중심으로 각자 정위치를 지키면서 차분히 총선 준비를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任실장이 전했다. 향후 행보와 관련해 崔대표는 "21일 귀경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任실장은 "崔대표가 22일 당사에 나와 자신의 최종 결심을 밝힐 것 같다"고 덧붙였다.

崔대표의 주변에선 그가 당장 대표직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한 측근은 "崔대표는 보수세력을 끝까지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해 있다"고 했다. 자신이 대표를 관두면 노무현 정권에 맞설 보수세력이 와해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친(親)최병렬파 의원들이 여전히 '선대위 조기구성 후 2선 후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대위에 자신의 권한을 대폭 이양하겠지만 대표자리만은 지키겠다는 게 崔대표의 뜻이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현역의원들을 무더기로 물갈이하는 '공천혁명'을 통해 상황을 정면으로 돌파하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돈다.

이런 崔대표 주변의 기류는 반최(反崔.반 최병렬)그룹의 즉각적인 대표직 사퇴 요구는 물론 崔대표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당 분위기와도 정면으로 부딪친다. 반최의 공세와 친최의 버티기는 아직 흐름이 잡히지 않는 여론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힘 싸움의 성격이 짙다. 따라서 여론의 추이가 崔대표의 최종결심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22일 있을 것으로 보이는 崔대표의 직접적인 입장표명이 한나라당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 같다.

남정호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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