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산타 클로스의 복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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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산타 클로스의 전설은 4세기 때의 성인(聖人)니콜라스로 거슬러 올라간다.그는 지금의 터키영토인 미라의 가톨릭 사제(司祭)였다. 파산한 한 상인의 가난한 세 딸에게 시집갈 밑천으로 그는 금화 한 뭉치씩을 몰래 준 것으로 전해진다.그 중 한 뭉치를 한밤중에 창문으로 던져넣었다.공교롭게도 굴뚝 옆에 말리기 위해 걸어놓은 양말속으로 이 뭉치는 떨어졌다.양말풍습의 유래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성인 니콜라스를「신터 클라스」(Sinter Klaas)로 불렀다.뉴욕에 이민온 이들은 12월6일이면 축제를 열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었다.뒤따라 정착한 영국(英國)이주민들은 이를 산타 클로스로 부르고 크리스마스 와 결부시켰다. 오늘의「산타 문화」는 미국인 클레멘스 무어가 1823년에 쓴「니콜라스 성인의 내방(來訪)」이란 동시(童詩)에 크게 힘입었다.그의 시는「크리스마스 전날밤/…」으로 시작된다.
사슴과 썰매를 등장시킨 것도 그였다.
양말속의 정성과 정취는 전자오락과 「산타 상혼(商魂)」의「하이테크 크리스마스」에 밀려난지 오래다.이「산타」가 미국(美國)에서 뭇사람들의 마음속으로 성큼 돌아오고 있다해서 화제다.
디즈니의 영화『산타 클로스』가 최대규모의 흥행을 기록했다.「산타」가 찍힌 카드와 상품이 갑자기 많이 팔리고 산타 클로스가대중잡지의 「표지인물」로까지 등장했다.1백70여년전 무어가 쓰고 서명한 동시 원고는 지난 9일 크리스티 경매 에서 25만5천달러에 팔렸다.
기존의 가치가 무너져 내리고,어처구니 없는 사고와 사건등 연중 내내 나쁜 뉴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친근하고 인자한 상징을 찾아 마음의 평온을 구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타임지의「올해의 인물」로 뽑힌 사실이 「고뇌의 94년」을 대변한다.도덕적인 혼돈과 세계 리더십의공백속에서 그는 자신과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인류애와 희망에 대한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부단히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의「권위주의」와 「부드럽지 못한 외교」가 「가시」이긴 하지만 본질에 있어 굴뚝과 굴뚝속으로 선의(善意)를 나르는 현대판산타의 행각(行脚)이다.
마음이 황폐하고 냉소적인 시대일수록 신비의 마력은 발을 못붙인다.현대인의 비극이다.영악한 베이비 붐 세대들이 알면서도 속아 주려는듯 새삼 마음을 여는「산타의 부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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