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편지] 최윤희(카피라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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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석아, 이제 며칠만 있으면 너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 초년생이 되는구나.

서른 두 번째의 이력서를 쓰고서야 간신히 취업이 되었다는 너에게 마음껏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런데 너는 나에게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지.

"고모, 사회에 나가도 학교 다닐 때처럼 모든 사람들이 저의 경쟁자들뿐인가요? " 아뿔싸! 나는 약간 슬펐단다. 16년 동안 너는 순한 양처럼 길들여져 버린 거야.

"이겨라, 이겨라" 외쳐대는 어른들의 아우성만이 아직도 너의 귀에 가득 차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 그래서 나는 네가 첫 출근을 하는 날, 두 권의 책을 선물하려 한다. 김무곤 교수의 'NQ로 살아라'(김영사)와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김영사) 두 권의 책을 읽으면서 너는 이제 네 인생의 초기 화면에 떠오르는 그림을 바꾸게 될 거야.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가던 고독한 러너, 너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웃으며 행복하게 걸어가는 너의 모습으로의 변화! 그래, 너 혼자 독야청청 성공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삶이라는 걸 이젠 알아야 해.

그래서 네가 날마다 만나게 될 사람들은 경쟁자가 아니라 친구라는 사실도 알아야 해. 너는 그동안 IQ.EQ 높이는 데만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어. 이제부터는 NQ(network quotient.공존지수)를 높여야 한단다.

네가 '먼저' 양보하고 모두 '함께' 잘 살아야 해. 붉은 악마, 촛불 시위에서 우리는 가슴 뜨거워지는 '공존'의식을 느꼈듯이 개인의 행복보다 모두의 행복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된 거야. 날로 삭막해지는 사회에 NQ를 높이면 마치 연초록 색의 새싹이 파릇파릇 돋아나듯 우리들 가슴속에 향긋한 봄이 가득 차게 될 거야. 달라이 라마도 행복해지기 위해선 '먼저' 말을 걸고 '먼저' 이해하라고 했어. 모든 것을 먼저!

그리고 화를 내는 것은 마음에 불을 지르는 행위처럼 위험하고 어리석은 일. 직장 생활을 하다보면 화가 치밀 때도 너무나 많을 거야. 그럴 때마다 빨리 너의 NQ를 풀 가동시켜서 냉각수를 뿌려주렴.

나는 네가 무작정 성공한 사람보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싱글벙글 잘 웃고 남을 먼저 배려하며 사는 행복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자, 사랑하는 조카 최경석, 사회를 향해서 멋진 스타트 버튼을 눌러 보렴. 이제부터 너에겐 새로운 미래가 펼쳐지는 거야.

최윤희(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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