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명박 특검 양날의 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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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BBK 관련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한 '이명박 특검법 공포안'이 26일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관심의 초점은 노무현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느냐 여부다.

특검법을 그대로 공포하든, 아니면 거부권을 행사하든 정치권에 던지는 충격파는 크다.

한나라당은 대선 이후 강재섭 대표, 안상수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나서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청와대 측에 요구했다. 출범하는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점에서다. 반면 신당 측은 국회에서 통과된 대로 특검이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결정을 내려야 할 청와대는 고심하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론 천호선 대변인을 통해 "법 통과 이후 상황이 변한 게 없다. 현재까지 새롭게 논의되는 게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법을 공포하겠다고 단언하지도 않고 있다. 17일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을 뿐 그 뒤론 말을 아끼고 있다. 천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재의 요구 여부는 대통령이 결정하실 문제"라며 "국무회의 때 최종적으로 결정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고민하는 대목은 여론이다. 대선 이후 특검법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이 실시돼도 검찰 내 기류를 감안할 때 실효성 있는 수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것은 3권분립에 어긋나고, 참고인 동행명령제와 재판기일 제한이 일반 사법절차와 맞지 않는다며 특검법의 법리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신당 일각에선 특검에서 또다시 무혐의 결정이 나오면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르기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기류가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25일 "양날의 칼"이라는 말로 고민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신당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청와대만 압박하는 한나라당도 야속하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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