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원장 유력 후보들, 왜 CEO총장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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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시대'의 밑그림을 그릴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에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의 기용이 유력해졌다.

"이명박 당선자가 아직 최종적인 결심을 하지 않았다"(나경원 대변인)는 게 24일 한나라당의 공식적인 입장이었다. 이 당선자도 측근들에게 일절 함구령을 내렸다. 그러나 당선자 주변에선 "가능성으로 따지자면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순서"라는 얘기가 꾸준히 흘러나왔고, 결국 이 당선자가 제1순위로 고민해 온 이 총장 쪽으로 무게중심이 확 쏠렸다. 이경숙 총장은 이 당선자가 어떤 식으로든 중용하리란 예상이 많았다.

지난 10월 선대위 공동위원장 영입 때도 이 당선자는 휴일 오후 이 총장을 따로 만나 부탁했었다. 당시 이 총장은 "2008년 8월까지인 총장 임기를 꼭 채우고 싶다"고 간곡하게 고사했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마음속엔 '이경숙 카드'가 살아 있었다.

이 당선자가 당선 직후 소장파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성이 인수위원장을 하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은 사실이 포착됐다. 또 21일께부터 이 당선자 주변에서는 "꼭 남성이 맡는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라"는 말이 흘러나왔고, 중앙일보는 22일자에 이 총장이 가장 유력한 인수위원장 카드임을 단독 보도했다.

<중앙일보 12월 22일자 5면>

왜 이경숙 총장일까. 이 총장을 포함해 마지막 순간까지 경합한 손병두 서강대 총장,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현직 대학 총장이거나, 총장을 지낸 인물들이란 점이 힌트가 될 수 있다.

특히 이 총장이나 손 총장은 대학 개혁과 변화를 이끈 대표적인 'CEO 총장'이다.

이 총장은 1994년 숙명여대 13대 총장이 된 뒤 무려 네 번 연임을 하는 최장수 총장이다. 95년 '제2의 창학(創學)'을 선언한 이후 그간 현모양처(賢母良妻) 이미지의 숙명여대를 '글로벌 리더 양성 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 또 자신이 취임 초 공언한 대로 2006년까지 대학발전기금 1000억원을 조성해 경영능력도 인정받았다.

손 총장도 2005년 7월 서강대 총장에 부임한 이후 'CEO 총장'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서강대 개교 이래 신부가 아닌 가톨릭 평신도 출신 첫 총장으로, 1년간 200억원대 기부금 모금 실적을 기록하며 '손병두 효과'를 보여줬다. IMF가 터진 97년부터 6년간 전경련 상근 부회장을 지낸 경제인 출신 총장이다.

이 당선자의 측근은 "국민적 화두인 '교육'과 이 당선자의 화두인 '변화', 또 성과와 실적을 강조하는 새 정부의 이미지를 두루 겸비한 사람을 따지다 보니 대학 총장들이 주로 거론되는 것 같다"며 "과거의 '얌전한 교수' 이미지가 아닌 변화를 주도하는 적극적인 리더십을 구현해 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정권교체의 상징성+조직행정 경험+실용철학'을 요구해 온 이 당선자 머릿속의 '인수위원장 모델'과도 부합하는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 총장의 경우 전두환 정부에서 11대 민정당 국회의원을 지낸 것이 약점으로 지적됐으나, "국회와 권력 시스템을 아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오히려 강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이 당선자가 장로인 신사동 소망교회의 권사이기도 하다. 서로의 철학과 생각을 공유해 왔다는 점이 발탁에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다. 또 '첫 여성 인수위원장'이란 상징성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당선자 비서실장 인수위원으로=인수위 부위원장에 김형오 의원의 기용이 예상되면서 '이명박의 인수위'는 '비정치인 위원장과 정치인 부위원장' 조합으로 출범하게 됐다. 상호보완작용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이 당선자의 마음속 구석구석을 꿰뚫고 있는 핵심 측근은 아니다. 그래서 이 당선자와 인수위를 연결할 '강력한 의견소통 통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래서 당선자 비서실을 인수위와 구별했던 2002년과 달리 당선자 비서실장을 인수위원으로 임명해 '당선자 직할체제'를 강화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당선자의 최측근 인사를 인수위의 컨트롤 타워인 기획총괄 분과에 포진시킨다는 복안도 이런 배경에서 출발했다.

◆안병만 전 외대 총장도 거론=막판까지 이 총장과 경합했던 손병두 서강대 총장은 본지 기자와 만나 "교육계에서 아직 할 일이 많다"며 "꼭 정부에 들어가야만 이 당선자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경숙 총장만 한 사람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간접적으로 제안이 들어왔지만 내가 답변하지 않았다"며 "내가 그 자리에 어울리겠느냐"고 말했다. 싱크탱크 바른정책연구원의 이사장인 안병만 전 외대 총장도 마지막 후보군에 포함됐다.

서승욱.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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