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에 강한 메시지 보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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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26면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 경제협력 증진은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남북 문제에 있어 무조건 비판을 꺼릴 것이 아니라 애정 어린 비판을 해야 북한 사회를 오히려 건강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에 대한 해외 시각

이 같은 언급은 십여 개의 핵무기를 비축하면서 2300만 명의 주민을 굶주리게 하고 잔인하게 괴롭히는 북한 정권에 대해 어쩌면 온건하고 겁을 내며 지적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입장은 지난 10년간 중도좌파 지도자들이 취해온 정책에서 참신한 변화를 의미한다. 퇴임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무조건 지원을 퍼붓는 당근 일변도 정책을 취해 왔다. 노 대통령은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유린을 언급하는 것을 꺼렸을 뿐 아니라 심지어 북한 독재자 김정일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개혁과 개방이란 단어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

이 당선자는 한국의 민주화 20년 역사에서 최다 표차로 승리했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13위인 한국의 경제 규모를 7위로 끌어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대북정책과 관련, 그가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시절의 적대적 강경 정책으로 회귀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당선자는 경색돼온 미국·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동시에 북한의 핵 위협을 종식하겠다는 미국의 정책을 좀 더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변화는 북핵 프로세스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뤄졌다. 10월 미 국무부 주도로 이뤄진 합의를 통해 북한은 12월 31일까지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불능화하고 모든 핵 프로그램과 핵 물질을 신고할 것을 약속했다. 지난주 국무부의 한 관리는 평양이 데드라인을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이 미국에 '완전한' 신고와는 거리가 먼 신고를 했다는 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국과 한국이 보내주는 중유를 받아 넣으면서, 또 부시 대통령이 존중의 뜻을 담아 보낸 편지를 받아 들고 흡족해하면서 핵 프로그램 신고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다. 북한은 재처리한 플루토늄과 수입한 원심분리기의 용도, 시리아 핵 시설 지원 의혹을 밝혀야 한다.

노 대통령은 최근 김 위원장에게 북한의 도로·철도·항만 건설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이 미래의 통일을 생각한다면 납득할 수도 있는 투자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공개적으로 천명한 의도는 북한의 비핵화가 충족돼야 수도꼭지를 틀겠다는 것이다. 이는 김 위원장에겐 (핵)무기를 포기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선택'의 강요가 될 것이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 12월 21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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