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산책>흔들리는 한국 바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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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세계 프로기전을 2년 연속 석권해 기염을 토했던 세계 최강 한국 프로바둑이 중국.일본의 거센 도전에 휘말려 크게 흔들리고있다. 『과연 3년 연속 위업(偉業)달성이 가능할 것인가.』1천만 국내 바둑팬들의 관심속에 첫 관문인 동양증권배에서 조훈현(曺薰鉉)9단만이 준결승에 올라 불안한 출발을 보이더니 두번째관문인 진로배에서는 굳게 믿었던 선봉장(先鋒將)유창혁(劉 昌赫)6단이 중국의 신예 류징(劉菁)5단에게 맥없이 무너진데 이어서봉수(徐奉洙)9단.양재호(梁宰豪)9단까지 단 한국도 건지지 못하고 줄줄이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며 최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일본팀의 1번타자 미야자와 고로(宮澤吾郎)9단은 질풍노도(疾風努濤)와 같은 4연승으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지난 대회때 요다(依田)돌풍에 휘말려 혼쭐이 났던 한국팀은 또한번 무서운 복병(伏兵)을 만난 것.
진로배는 이번 대회부터 연승상금제를 신설하고 한.중.일 3국을 순회하며 치르는 방식으로 개선.발전시켰다.보너스격인 연승상금은 3연승 1만달러,4연승 1만5천달러,5연승 2만달러며 6연승부터는 1만달러씩이 증액 지급된다.따라서 미야 자와 9단은대국료(5국분)외에 1만5천달러의 부수입을 추가한 첫 수혜자가되었다. 좀처럼 꺾일것 같지않던 미야자와를 잠재우고 급한 불을끈 인물은 중국의 차오다위안(曹大元)9단이다.그의 부인 양후이(楊暉)8단이 최근 「제1회 보해컵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의 4강에 진출했으니 이야말로 부창부수(夫唱婦隨)라 할까.
차오9단은 재작년 이 대회에서 3연승을 거둔바 있다.
현재 일본팀은 5명중 4명이 남아 가장 유리한 입장이며 중국팀은 5명중 3명이,한국팀은 이창호(李昌鎬)7단과 조훈현9단 사제지간(師弟之間)만 달랑 남아 가장 불리한 형세다.
천신만고(千辛萬苦)끝에 쌓아올린 명예와 1억원의 우승상금및 보너스 상금들을 한꺼번에 잃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싸움은 지금부터라는 생각도 든다. 11관왕 이창호와 세계바둑황제 조훈현 9단이 버티고 있으니까 말이다. 상유십이척,백의종군하던 충무공 이순신장군이 지리멸렬한 해군의 지휘권을 다시 맡으며 한말이다.
아직도 열두척의 전함이 남아있다라는 그 비장한 외침을 曺.李두사람에게 전하고 싶다.
지난3월 중국 베이징에서 진료배를 거행한후 진로그룹의 장진호회장은 희색임 만면하여 5백억원 이상의 광고효과를 거두었습니다라고 말했었다.6일동안 중국의 매스컴들이 다투어 보도하고 특히여러 채널의 TV로 전국에 생중계 되어 진로를 모르는 중국사람이 드물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상하이에서 개막했으며 95년 1월10일부터는일본 도쿄에서,그리고 2월21일부터는 서울에서 대회를 계속할예정이다. 일본사람들도 이미 여러해 전부터 진로소주를 즐겨 마시고 있지만 특히 중국은 인구가 많아 한국의 1년 소비량이 하루 소비량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예전에는 독한 술을 즐겼던 중국인들이지만 요즘은 훨씬 도수를 낮춰 마시는 추세여서 더욱 시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좌우간 바둑이 국제화.세계화시대의 기업홍보에 한 몫을 단단히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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