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시장>예지동 시계.귀금속도매상가-국내 최대 예물상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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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서울종로4가 네거리 조흥은행 동대문지점 옆에 청계천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이 하나 있다.
이 안으로 들어가면 1m 남짓의 골목길에 어림잡아 2백~3백개 정도의 시계가 가득한 유리진열대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이른바 「쇠팔이」로 불리는 시계노점상들이다.골목길을 조금 더 나가면 시계뿐만 아니라 금반지.금목걸이등 귀금속 가공 품과 다이아몬드.루비등 보석류를 판매하는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상가(商街)가 눈에 확 띈다.
바로 여기가 시계.귀금속에 관한한 「없는 것이 없다」는 서울종로4가예지동 시계.귀금속 전문상가다.
예지동 상가는 크게 두 지역으로 나눌 수 있다.광장시장 맞은편에 있는,흔히 「시계골목」으로 지칭되는 곳과 이 시계골목으로부터 종로 세운상가에 이르는 귀금속 상가로 구분된다.
현재 예지동 상가에 자리잡고 있는 점포수는 1천여개에 달하고있는데 시계만을 파는 노점가게 1백여곳을 포함,4백여개 점포가시계골목에 자리잡고 있으며 나머지 6백여개 점포는 귀금속 상가에 위치하고 있다.
시계골목에는 요즘 젊은이들이 즐겨 착용하는 레포츠시계에서부터예물용 손목시계.탁상시계.괘종시계등에 이르기까지 「시계」라는 말이 붙은 제품이면 무엇이나 다 갖추어져 있다.
메이커별로도 이름없는 중.소업체의 무명제품에서부터 「카리타스」「돌체」「갤럭시」등 국내 유명브랜드와 「세이코」「론진」「불로바」등 해외 유명제품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구비하고 있다.
이곳에서 파는 시계의 가격은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소비자 권장가격에 비해 40~45%가 싸고,싸다고 소문난 시중점포보다도보통 20~30% 저렴하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예지동 상가의 명물이 된 시계골목이 정확히 언제 생겨났는지는분명하지 않다.
종로4가 시계도매상가번영회장 김연수(金年洙.58)씨는 『50년대말~60년대초 자유당시절 청계천에서 시계를 팔던 상인들이 청계천이 복개되면서 이곳으로 찾아든 것이 시계골목의 시초가 됐다』고 말한다.
그뒤 이렇게 형성된 시계골목은 60년대말 고급시계가 국내에서도 생산되면서 번성하기 시작,78년까지 해마다 점포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전성기를 구가해 현재의 모습과 골격을 갖추게 된것이다. 그러나 90년대들어 국내 시계경기 침체로 시계상인들이정든 이곳을 떠나 예전의 명성에는 못미치지만 그래도 국내 거래물량의 70%가 이곳을 통해 이루어진다.
옛날에는 밀수로 들여온 외국산시계가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요즘은 국산시계가 거래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외제는 20%정도에 불과하다.
이 골목이 1년중 가장 붐비는 기간은 4~5월과 10~11월의 결혼시즌이며 이때는 예물시계를 보다 값싸게 장만하려는 알뜰신혼부부로 만원을 이룬다.
시계골목에는 판매점포뿐 아니라 시계수리 전문점도 적지 않다.
재생및 도금.부속교체등 분야별로 나뉘어 있고 수리비도 무척 싸다.이들 수리상들은 주로 「시계골목」의 종로쪽 입구에서 10여m남짓 우측의 예지상가에 밀집돼 있다.
귀금속 상가는 70년대 후반 광산에서 금.은을 채취한 사람들이 시계골목으로 팔기 위해 몰려들면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 상가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한사람,두사람 시계골목옆에 귀금속가게를 차리면서 발전했으며 80년대 이후 점포가 급격히 늘어나 명실공히 국내 최대의 귀금속 도매상가로 발돋움했다. 귀금속 상가는 생성 당시 시계골목의 곁다리에 지나지 않았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영업이 호조를 보여 현재는 시계골목을 제치고 오히려 예지동의 간판얼굴로 성장했다.
이에 자극받아 그동안 주로 시계를 판매해왔던 점포들도 하나 둘씩 귀금속가게로 업종을 전환해 시계 노점판매상을 제외할 경우귀금속가게 수가 시계가게의 두배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서 취급하는 귀금속류는 금.은.백금과 5大보석류에 들어가는 다이아몬드.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진주,그리고 준보석으로분류되는 호박.오팔.비취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가격은 보석의 특성상 빛깔.색깔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이곳이 시중점포보다 정확히 얼마나 싼지 말하기 어려우나 상인들은 적어도 20~30%정도는 저렴한 편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곳이 서울 변두리나 지방에서 온 금은방 가게주인에게 파는 도매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곳에서 판매되고 있는 귀금속의 절반이상이 예물용으로 대부분의 고객들은 순금.다이아몬드.루비.에메랄드.사파이어로 만든 반지.귀걸이.목걸이를 고루 갖춘 세트를 주로 사간다.
〈徐璋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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