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주차료 어떻게 빼돌렸나-영수증밑 종이끼워 계기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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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김포공항의 자동화된 첨단 주차관제시스템도 주차 관리원들의 검은손 앞에서는「고철덩어리」에 불과했다.
국내선.국제선.화물청사등 공항내 8개 주차장들이 자동 관제시스템을 설치한지 2년밖에 안됐지만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주차료징수원 70명이 주차료 횡령「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주차계기는 세계 3대 주차시스템 제작사중 하나로 알려진 일본의 아마노社제품.
세종로주차장과 서울대병원등의 무인주차관제시스템을 비롯,서울시내 다수 대형건물 주차장들이 이 장비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주차장 직원들은 이같은 첨단 장비를 어떻게 조작해 돈을 빼돌렸을까.
검찰 조사결과 이들은 주차장 입구에 설치된 바닥감지기 위에 자동차와 같은 금속성 쓰레기통.쓰레받기등을 올려놓은뒤 주차권 발급기에는 다시 이물질등을 집어넣어 주차권만 빼내고 기록은 찍히지 않게하는 수법으로 가짜 주차권을 만들어 왔다 .
직원들은 또 입구쪽에 설치된 발급기 광센서가 자동차 전조등 빛을 계속 받게되면 기능이 마비돼 동일 번호의 주차권이 1백11장까지 뽑혀 나온다는 점을 악용,가짜 주차권을 대량으로 만들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이용객이 주차장을 나오면서 주차권을 출구 징수원에게 제시했을 때는 징수원들은 요금계산기 안에 가짜주차권등을 넣은뒤 영수증 용지밑에 또 다른 종이를 끼워넣어 등록기에는 주차시간.
주차료 액수등이 찍히지 않고 영수증만 찍혀 나오도 록 계기를 조작해온 것이다.
이들은 특히 1개월이상 장기 주차 승용차들에 대해서는 사전에준비해둔 소액주차권으로 주차권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사용,주차료를 정기적으로 횡령하기도 했다.
징수원들이 이처럼 장기간에 걸쳐 주차료를 횡령할 수 있었던 것은 공항공단측 자체감사때 주차권 전체 장수와 액수만 대조할뿐일련번호등은 확인하지 않는 점을 교묘하게 이용했기 때문.
아마노社가 제작한 공항의 자동 주차관제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이상 국내에 설치된 독일 S&B社.미국 아스콤社등 여타 주차관제시스템들도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金鴻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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