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포화에 침몰한 구식 잠수함 반환점 돌아 희망 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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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내분을 지켜보는 공천심사위원 이문열씨는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19일 "거듭 태어나기 위한 마지막 산고(産苦)이자 반전(反轉)으로 해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선대위원장 제의설에 대해서도 그는 "제의받은 바 없다"면서 "수락하더라도 그게 정치 입문을 뜻하는 건 단호히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정보다는 긍정의 냄새를 풍겼다. 사실상 그는 내정상태다.

-지금의 한나라당 상황에 대한 심경은.

"게오르규의 25시란 소설에 보면 구식 잠수함에 토끼를 싣는다. 산소 감지기가 없어서다. 승무원들은 토끼가 죽는 걸 보고 산소가 다 됐다고 판단한다. 한달 전 내가 한나라당을 침몰하는 배에 비유했는데 지금은 언론과 검찰의 십자포화에 바다 속으로 잠수한 구식 잠수함이고, 나는 거기에 탄 토끼 같다. 숨이 답답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더 내려갈 게 없다는 오기가 생긴다."

-소장파 의원들이 최병렬 대표 퇴진론을 주장하고 있다.

"개혁과 전진을 위한 젊은 의원들의 열망이 희망적 조짐일 수 있고, 하자없이 선출된 대표권을 도전받으면서도 참을성 있게 대책을 모색하는 지도부 태도가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 이제 7백20억원 대 0이 1천억원대 0이 된들 더 내려갈 것은 없다. 바닥을 쳤다, 반환점을 돌았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선대위원장설이 나도는데.

"이 문제는 내게 전혀 다른 종류의 결단이다. 여기서 더 들어가는 것은 내 삶의 많은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고려해 봐야 하나 (내가)쓰일 수 있더라도 그 명칭, 그 역할 그대로 할지는 다시 고려할 내용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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