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판’ 의원님들 뜨끔하겠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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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네 줄의 의회석을 꽉 채운 35명의 ‘의원님들’. 뽑아준 시민들의 민생고와는 동떨어진 채 자아도취적이고 거만한 모습이다. 그 밑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입법부의 배, 1834년 타락한 각료석의 풍경”

프랑스 풍자화가 오노레 도미에(1808∼1879)가 만든 판화의 내용이다. 당시 의회가 이 판화에 제목을 붙인 ‘라 트리뷴’ 편집장을 고소한 덕분에 ‘타락한 각료석’이라는 표현은 인구에 한동안 회자됐다. 며칠 전 쇠줄과 전기톱까지 등장한 ‘활극 국회’를 목격한 21세기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이 판화는 어떤 느낌을 줄까.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보편성을 띠는 정치 풍자는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한다.

서울 신림동 서울대 미술관에선 대량 복제가 가능한 판화의 정치적 속성을 유감없이 드러낸 풍자화 전시가 한창이다.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오노레 도미에: 파리의 풍자꾼’전이다. 내년도 도미에 탄생 200주년에 맞춰 그의 유화·석판화 등 159점을 들여왔다.

도미에는 산업혁명으로 등장한 시민 계층이 왕족과 귀족층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구축하던 시기의 풍자화가다. 시인 보들레르가 “우리 시대 파리에서 들라크루아에 비할 수 있는 작가는 두 명 뿐, 캐리커쳐 작가인 도미에와 앵그르다”라고 말했던 바로 그 작가다. 당시 일간지에 실렸던 그의 석판화는 문맹이 태반이던 파리 시민들에게 촌철살인의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번에 들여온 작품은 풍자화 컬렉션으로 이름난 일본 이타미 시립미술관 소장품들이다. 근대 도시로 급격히 변하는 ‘모던 파리’, 소시민들의 모습을 담은 ‘부부와 가족’, ‘여행과 여가’, ‘정치 풍자’ 등 4개의 소주제로 나뉘어 소개된다. 02-880-9505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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