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정신의 흔적들"로저 펜로즈著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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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한때 이런 농담이 유행했다.컴퓨터 기술자들이 세계에서 가장 큰 용량의 컴퓨터 조립을 끝내자마자 컴퓨터에게『그곳에도 신이 있느냐』고 물었다.그러자 컴퓨터가 끄르륵 끄르륵 작동을 하더니『여기도 신이 있다』라고 대답을 하더라는 것이다.
컴퓨터기술의 지나친 발전으로 야기될지도 모르는 인간의 왜소화등을 경고한 농담임에 틀림없다.
인간의식은 뇌의 활동에 따른 것인데 이 과정만은 제아무리 뛰어난 컴퓨터기술자라해도 그대로 컴퓨터에 옮겨 놓을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우리 인간의 의식세계에서는 현재의 물리학 수준으로는도저히 파악할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래서 이같은 물리적 현상을 발견해내기 전에는 두뇌활동의 전모를밝히는 일이 불가능하다.
인간의 두뇌는 컴퓨터의 능력을 훨씬 뛰어 넘는다.컴퓨터의 경우 예컨대 초전도현상(절대영도에 가까운 저온에서 금속등의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는 현상)과 같이 상식적인 물리법칙이 적용되지않는 현상은 포착할 수 없다.어떤 컴퓨터든지 기 본적으로 물리학의 규칙성에 따라 작동한다.하지만 양자(量子)까지 미세한 분석이 요구되는 상황에서는 규칙적인 물리 법칙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양자(量子)컴퓨터」라 할 수 있는 인간의 두뇌는 여러 종류의 정보를 동시에 종합적으로 분석,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최선의것을 도출해 낸다.때문에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 선택되는 아이디어야말로 두뇌가 종합적.입체적으로 활동을 벌인 결과 얻어지는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컴퓨터는 엄격한 법칙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그러나「지능」면에서는 크게 뒤떨어진다.체스나 바둑같은 지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컴퓨터가 한계를 보이는 것도 바로 이 때 문인 것이다.
인간뇌의 활동이 컴퓨터의 그것과 뚜렷이 구별되는 양자(量子)부분의 활동은 뇌세포중에서 단백질 성분으로 구성된 미소관(微小管.Microtubule)이란 곳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짐작된다.이 조직은 세포의 운동이나 세포의 형성과 유지, 신경전달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소관 연구의 권위자인 미국의 마취전문가 스튜어트 해머로프도이미 미소관이 뇌내에서 특별한 활동을 하고 있음을 암시한 바 있다.이 부분을 더 연구하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며 4차원 에 대한 해석도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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