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융합시대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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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선 투표일인 19일 서울 세종로 정보통신부 청사.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공무원들이 속속 출근했다. 13층 대회의실에서 유필계 정책홍보관리본부장 등 주요 간부들은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투·개표 방송을 지켜보면서 대통령 당선자의 정권인수팀에 제출할 ‘정보기술(IT)과 통신·방송 융합 정책 보고서’를 손질했다. 주요 후보들이 모두 통신과 방송의 융합 정책에 힘을 실어 주기로 약속해서 그런지 이들의 표정은 하루 종일 밝았다. 특히 이명박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IT 융합 서비스는 ‘일류 국가의 성장엔진’”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인터넷 TV(IPTV) 등 통신·방송 융합 서비스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또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를 묶는 통신·방송 융합기구의 설립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IT 리더 누가 거론되나=한나라당 ‘일류국가비전위원회’의 김형오 위원장이 우선 눈에 띈다. 그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출신으로 IT 정책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는 이 당선자와 관계가 돈독한 김 위원장이 IT 정책을 훤히 꿰고 있어 통방 융합 기구 설립이나 IT 융합서비스 활성화에 힘을 보태줄 것을 바라는 눈치다. 중앙선대위원장 중 교육과학기술 분야를 맡았던 박찬모 전 포스텍(POSTECH) 총장과 미디어 홍보분과 간사 지승림 알티캐스트 사장도 IT 정책에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을 지낸 임주환 한국디지털케이블연구원장은 통신과 방송 두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살려 통방 융합에 이바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임 원장은 6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 당사에서 IT 관련 교수 20명과 함께 이 당선자를 지지했다. 이 지지 모임에는 오해석 경원대 교수와 이달곤 서울대 교수, 권혁조 광운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IT 전성시대 다시 오나=이 당선자는 방통 융합기구에 대해 “정통부와 문화관광부, 방송위원회뿐 아니라 전 부처에 분산된 기능을 한쪽으로 합치는 쪽으로 기구를 조정하겠다”고 말해 왔다. ‘IT 강국’답게 전 세계 방통 융합 서비스 시장을 선도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하나의 기관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당선자는 또 ‘IPTV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국가 지원)’을 민생 프로젝트의 하나로 공약하기도 했다.

이기주 정통부 통신전파방송정책본부장은 “IT 산업은 네트워크·서비스·콘텐트를 하나로 묶어야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정보고속도로(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코드분할다중접속 기술 개발 등 굵직한 국책 IT 프로젝트를 앞세워 경제의 성장엔진을 찾았다. 하지만 지난 5년간 IPTV·디지털 멀티미디어이동방송(DMB) 등 세계 선도 기술을 개발해 놓고서도 방송 및 통신업계의 갈등과 정치권의 발목 잡기로 꽃을 피우지 못했다.

남중수 KT 사장은 “새 정부가 IPTV 등 융합서비스 관련법을 빨리 처리하고, 정부의 IT 규제를 대폭 풀어 준다고 약속해 내년부터는 IT 생태계도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신업계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실시간 지상파 방송이 IPTV에 실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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