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입시, 치솟은 집값 … 서민 상처 어루만져 주기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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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19일 밤 서울 시청앞 광장에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태성 기자]

시민들은 19일 이명박 후보의 압도적인 득표로 대선이 마무리되자 안도했다. 그동안 선거 과정에서 BBK사건과 네거티브 유세를 통해 불거진 갈등과 분열이 하루빨리 치유되길 기대했다. 안정적인 정권 출범과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면서 '경제를 살려 달라"고 주문했다.

◆"자랑스러운 대통령 돼 달라"=대학 교직원인 남수현(41.여)씨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나도 입시제도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오락가락한 교육정책,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 등 현 정부의 실책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의사 김시욱(55)씨는 "의료 분야만 하더라도 인기 위주의 정책을 폈을 뿐 이해 당사자들을 골고루 포용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까닭에 압도적 지지는 이명박 당선자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라는 분석도 나왔다. 성균관대 김일영(정외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보수 쏠림 현상'은 현 정권에 한이 맺힌 결과"라며 "결과적으로 5년 전 이맘때가 진보진영 위기의 시작이었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장영수(헌법학) 교수는 "현 정권에 대한 반사이익이 큰 만큼 하기에 따라 순식간에 지지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며 "귀를 열고 세심한 부분까지 챙겨 주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의 리더십 발휘해야"='경제 대통령'을 이유로 이명박 당선자를 지지한 이들도 상당수였다. 택시기사 손문수(54)씨는 "회사에 입금해야 하는 사납금 맞추기에 급급해진 지 벌써 오래"라며 "그저 경제만 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당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창호(52)씨도 "가게 임대료를 못 낼 정도로 버거운 상황이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른다"며 "일한 만큼 거둘 수 있도록 경제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학교를 휴학하고 취업 준비 중인 권석훈(25)씨는 "요즘엔 실업률이 뉴스가 아닐 정도로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들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어루만져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통합의 리더십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석연 변호사는 "정당이 아닌 전체 국민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말했다. 연세대 김기정(정외과) 교수는 "지난 5년간 2대 8의 사회가 됐다는 말이 있을 만큼 분열이 심화된 만큼 사회 통합에 힘쓰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글=송지혜.최선욱 기자 , 사진=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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