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달래기냐 권력재편 예고냐-金대통령 민주系 질책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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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형우(崔炯佑)내무장관이 13일 낮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크게 야단을 맞았다.崔장관이 金대통령의 민자당 전당대회 개최(내년2월)구상을 김종필(金鍾泌)대표의 퇴진으로 연결지어 이날 아침 얘기했기 때문이다.
청와대측은 『金대통령의 언급(전당대회)은 시대변화에 맞춰 당이 새롭게 태어나자는 뜻일뿐 어떤 방법으로 대회를 치를 것인지아직 확정된바 없다』고 했다.민주계 강신옥(姜信玉.전국구)의원은 『金대통령은 두루 포용하자는 것인데 崔장관의 발언은 적절치않다』고 했다.
崔장관이 야당시절부터 金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받으며 동지애를 나눴기 때문에 질책 자체는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없다.민자당의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그 사실을 청와대에서 공식 발표한 점이다.통치권자가 2인자 반열에 있는 인물을 공개적으로 꾸짖는 것은 권력세계에서 전례없는 일이기 때문이다.崔장관은 현정권의 중심그룹인 민자당내 민주계 좌장격으로 실세다.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관계되는 일이지만 권부(權府)안에서 이런 성격의 일은 대외비로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5공때 전두환(全斗煥)前대통령은 내무장관.민정당대표 시절의 노태우(盧泰愚)前대통령을 내부적으로 혼낸적은 있으나 이를 밖에 알 리지 않았다. 崔장관의 문제발언에 대한 金대통령의 즉각적인 호통에 대해 그것이 金대통령의 속뜻으로 비춰질 수 있어 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민자당의원들은 받아들이고 있다.익명을 부탁한 민주계의 한당직자는 『무엇보다 崔장관의 발언으로 몹시 화가 나있는 金대표를 다독거리기 위한 金대통령의 배려가 깔려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金대통령의 권력관리 전반에 변화가 오는 징후로 보는 시각도 있다.崔장관에 앞서 또다른 실세인 김덕룡(金德龍.서울서초을)의원은 지난 5일 연말 개각때 「구여권(舊與圈)배제론」에 관한 발언을 했다가 金대통령에게 혼 이 난적이 있다. 지난주 청와대 수석회의에서 金대통령은 金의원의 발언 파문에 관해 보고를 받고 격한 어조로 화를 냈다고 한다.金의원은『개발독재시절의 구여권인사가 아니더라도 非제도권등에 등용할만한인재가 많다』고 했다.민주계 핵심인사들이 일주일 사 이에 金대통령에게 혼이 났고 이것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민주계의 또다른 당직자는 『두개의 발언은 통치권자의 권력관리와 관련된 역린(逆鱗.왕의 진노)을 건드린 것』이라고 했다.그는 『민주계 실세들은 계파의 이해를 좇지만 대통령은 보다 큰 틀에서 국가를 운영하고 있음을 경고조로 과시한 것 이다.이것이창업과 수성(守成)의 차이』라고 했다.이런 해석은 金대표의 유임쪽에 무게를 두고있다.
반면 金대통령의 崔장관에 대한 질책을 과정상의 실수로 보는 해석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의 한 관계자는 『JP의 2선 후퇴라는 곤란한 일에 崔장관이 총대를 멨다고 할 수 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金대통령이 崔장관을 혼내면서 당도 아닌 정부에 있는 사람이어서 더 질책을 받았다고 한 대목에 의미를 부여하는 관측도있다.이 관계자는 『당에 있으면 좀더 자유스럽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청와대의 진노에도 불 구하고 전당대회에서 金대표의 위상이 확인될 지,퇴진할 지의 가능성은 양쪽다 여전히 열려있다』고 했다.
때문에 질책에 관한 金대통령의 의중이 가성(假聲)인지 아닌지는 전당대회의 윤곽이 잡혀가면서 확실히 드러날 것으로 여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朴普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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