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구당 5대5로 요구-동교동系 당비분배 꺼내는 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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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에서는 13일 흥미로운 모임 하나가 열렸다.현재 중앙당위주로 사용되는 당비(黨費)를 지구당에 더 많이 배분해야 한다는 취지의 모임이다.정당의 생리상 공식석상에서는「애국적인 명분」이 주된 화제다.돈 얘기는 밀실에서나 귀엣말로 오갈뿐이다.그런 점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논의다.
이날 돈 얘기는 당내 최대 계보인 내외문제연구회(동교동계)의기획위원회의에서 나왔다.발제자인 한화갑(韓和甲.신안)의원은『당내에「정치자금운용에 관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여기서 모든 당비의 집행기준을 정하자』고 제안했다.참석했던 모 든 위원들의 생각이 일치해 이 案은 내외연 공식안으로 채택됐다.조만간 민주당 당무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
韓의원의 주장은 이렇다.현재 민주당의 당비 수입(收入)중 90%이상이 국고보조금인데 이를 중앙당 위주로 사용하는 것은 두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유권자의 세금중 일부를 할애받아 마련한 당비인만큼 이의사용도 유권자와 직접 대면하는 지구당 위주로 쓰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내년부터 지방자치시대가 본격 개막되면 지구당의 경쟁력이 올라가야 중앙당의 경쟁력도 올라간다는 지적이다.지구당차원의 정책개발.對유권자 접촉을 늘려야 각종 선거에서 이길 수있다는 논리다.
현재의 당비 배분비율은 중앙당과 전국 지구당이 8대2의 비율이다.각 지구당은 月 1백만~1백50만원을 지원받는 게 고작이다.이도 얼마전 오른 것이다.이 비율을 6대4나 5대5로 조정하자는 게 이번 요구의 핵심이다.현재 소속의원 5 1명등 1백23명의 지구당위원장이 동참,서명하는등 나름대로 호응을 얻고 있다.여기에는 대략 다음의 세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내년부터 97년까지 정치자금법상의 규정에 따라 돈벼락을맞게 돼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각종선거의 지원금이 엄청 나온다.내년엔 3백40억원,96.97년엔 2백20억원정도로 예측된다.이 돈도 지금처럼 중앙당이「좌지우지」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다. 둘째,현재의 黨 지도부가 자기 돈은 안 내놓고 국고보조금만 바라보고 있다는 불만이다.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대표가 월 5백만원,최고위원이 2백만원씩 내고 있다.이 정도는「꽃값도 안된다」는 게 위원장들의 지적이다.「권한만큼 납세(당비 납부)도하라」는 것이다.
셋째,지도부가 엉뚱한 데 돈쓰는 것도 어느정도 방지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이를테면 논란이 많았던 12.12장외집회에는 6억5천만원정도가 지출된 것으로 전해진다.문제를 제기한 韓의원은『이 주장은 이미 9월말부터 제기했던 것』이라며 정 치적.계파적해석을 거부하나 이도 심정적인 이유의 하나는 될 것이다.
〈金鉉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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