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샐러리캡이 하승진 문제 해결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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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즘 프로농구 팀들은 하승진(2m22cm)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프로팀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승진을 얻는 팀은 10년간 우승을 독차지할 것 같고 나머지는 들러리나 서게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도 나온다. 내년 신인 드래프트에 한해 10개 팀 모두가 똑같이 1순위가 될 수 있는 추첨권을 갖자는 주장이다. 드래프트 1순위는 전 시즌 플레이오프에 못 간 4팀(KCC·동부·전자랜드·SK) 중에서 추첨으로 결정된다. 그런데 하승진은 너무나 특별하니 이번에만 예외로 하자는 것이다.

그 주장이 먹히지 않자 다른 견제책도 나왔다. 프로농구 이사회는 17일 외국인 선수 키 제한(2m8cm)을 없앴다. 하승진에 대항할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올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제대로 된 대책은 아니다. 외국인 선수 연봉이 월 2만5000달러로 제한된 상황에서 2m15cm 정도 키에 기량도 있는 선수가 한국에 올 리 없다.

해결책은 샐러리캡이다. 하승진의 첫해 연봉을 신인 최고액(연 1억원)으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승진은 NBA에서 뛰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아마추어에서 나온 신인 선수들에 적용되는 연봉 조항을 굳이 적용할 필요는 없다. 하승진의 내년 연봉을 4억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김주성-하승진 같은 조합은 나오기 어렵다. 연봉 6억8000만원의 김주성과 하승진이 함께 뛰면 동부는 표명일·강대협 같은 주전 선수를 모두 내보내야 한다.

스포츠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야 재미있다. 그래서 샐러리캡이 생긴 것이다. 프로농구의 인기를 갑자기 떨어뜨릴 수도 있는 하승진 쇼크를 없애려면 샐러리캡을 제대로 돌려야 하고 실천해야 한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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