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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주부통신>33.카누타고온 산타클로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사계절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이 곳 하와이도 추수감사절이 지나면 산타 할아버지 맞이 준비에 모두가 분주하다.
흰 눈위를 코가 빨간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올 수없기에 이곳 하와이의 산타 할아버지는 태평양의 높은 파도를 헤치며 카누를 타고 넘실넘실 춤을 추며 온다.
더위에 지쳐 앞가슴을 풀어 헤치고,맨발을 한채,야자나무에 숨어서 올해는 어떤 집의 아이가 착한 일을 많이 했나 궁리를 하고 있는 산타 할아버지를 상상해 보라.시청 앞에는 대형 산타 할머니까지 설치되어 지나는 모든 사람의 시선을 끌 고 있다.
빙긋 웃으며 한쪽 눈을 감고 윙크하고 있는 산타 할아버지,그곁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산타 할머니의 모습 속에서 이 곳 하와이 시민들의 여유와 위트,그리고 종교적 신앙을 느낄수 있다. 해가 진 와이키키거리 곳곳에는 산타클로스들이 선물 꾸러미를 등에 메고 지나는 관광객들에게 조그마한 사탕봉지를 나누어주며『메리크리스마스』를 외치고 다닌다.
남국의 하늘아래에서 태어나고 자라난 이 곳 하와이의 어린이들에게 흰 눈덮인 설국의 크리스마스는 마냥 꿈속의 전설처럼 느껴질 뿐이다.
그래서 흰눈이 내리는 겨울을 동경하는 이곳 어린이들 중에는 크리스마스 휴가때 아빠를 졸라 알래스카나 美본토 로키산맥등으로여행을 떠나기도 한다.하지만 이곳에도 이들만의 크리스마스가 있다. 윈드서핑을 즐기는 산타 할아버지,카누를 저어 높은 파도를타고오는 산타 할아버지,수영복 차림에 흰 수염과 붉은 모자를 쓰고있는 산타 할아버지 등 이들만의 크리스마스와 산타 할아버지가 있는 것이다.
하와이의 성탄절 아침은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어린아이들이 아침에 확인한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한 손에 들고 나머지 한손은 부모님의 손을 잡고 성탄 예배를 보러 나선다.미사나 예배를 마치고 어린이들만으로 이루어진 성극(聖劇)을 흥미롭게 본다. 어린이들은 오후가 되면 부모들과 함께 가벼운 옷차림으로 밖으로 나선다.자동차 지붕에는 카누나 윈드서핑 도구를 싣고 온가족이 함께 해변으로 달려가 하얗게 부서지며 밀려오는 바다내음을즐기며 수영과 서핑을 즐긴다.
아마도 관광도시 이곳 하와이 사람들의 생활의 여유와 친절함,그리고 서로 먼저 양보하며 이웃에게 정성과 사랑을 나눔에 인색하지 않는 것은 천혜의 자연이 가져다 준 축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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