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경제학>경쟁과 性장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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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몇개월전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뜻밖의」 문제를 제기했다.「性은 인생을 풍요하게 했는가」라는 주제였다.무게있는 뉴스만을 게재해온 이 신문이 어느날 느닷없이 통단 사설(社說)을 통해 性문제를 적나라하게 다루었다.주간지에서나 다 룰 남성들의발기불능(勃起不能) 현상까지 소상히 언급했다.전후(戰後) 50년동안의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으면서 남성들은 왜 성기능(性機能)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갓 결혼한 사람들조차 성적(性的)불능으로 고뇌에 빠지는 이유가 어디에 있 는가 하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산업사회가 가져온 조직간의 경쟁이 치열할수록 샐러리맨들에게는 헤아리기 어려운 스트레스가 쌓인다.스트레스가 性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는가는 학자나 의사들에 따라 다소 견해 차이가 있으나 깊은 관계가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 신문은 직장인들의 性행동 연구나 교육이 이제부터라도본격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말 꺼내기 어렵다고 해서「性」을 언제나 어정쩡하게 넘겨버릴수 없으며 따라서 이제는 그문제를 정면에서 취급할 것을 각계에 요구했다.
우리의 경우 남성들의 성기능 장애는 보다 심각하다.최형기 (崔馨基.영동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과장)박사는『性과 관련된 샐러리맨들의 비밀스러운 고민이 의외로 심각하고 직장에서 그들의 업무능률도 크게 떨어지고 있는등 매우 우려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의 주요 대학병원에 설치된 性클리닉센터를 찾는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40~50대들이다.崔박사의 조사에따르면 50대 초반의 性的 불능 환자는 같은 세대 전체 남성들의 20%에 육박하고 있다.시장에서 의 경쟁이 뜨거워지고 조직안에서 승부 다툼이 냉혹할수록 性불능 환자의 증가 속도는 빨라진다.이 세대 층에는 당뇨병.고혈압등 성인병등에 의한 性기능장애 현상도 겹쳐 일어난다.
한국의 40~50대가 안고 있는 고뇌는 당사자들이 풀어야 할은밀한 이야기들이지만 그것이 생산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무시할수없을 정도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른 대폭적인 인원정리 파문도 머지않아 性■리닉 센 터의 환자 증가로 나타날지 모른다.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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