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영수증 ‘국세청도 헷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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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증권사는 펀드 수수료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는데 은행은 왜 안 해 주나요.” “쓰레기봉투는 현금영수증이 안 되나요” “구청에서 여권을 발급받았는데 현금영수증을 주지 않아요.”
 
임정희 국세청 현금영수증 상담센터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연말정산 시기를 맞아 현금영수증 관련 문의가 평소의 10배가량 늘었기 때문이다.

임 센터장은 “최근엔 펀드 수수료나 쓰레기봉투와 같이 법 규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항목에 대한 질문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현금영수증 발급액이 올해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 11월 현재 45조7000억원에 달한다. 도입 첫해인 2005년 18조6000억원에서 2년 만에 두 배 넘게 늘어난 것이다. 발급액이 늘면서 현금영수증 발급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는 되고 은행은 안 되고=회사원 김영민(39)씨는 최근 친구가 증권사에서 펀드 수수료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았다는 말을 들었다. 당장 은행에 달려가 펀드 수수료 관련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했다. 은행 측은 그러나 “수수료에 대해선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유는 금융회사가 국세청이 정한 현금영수증 의무 가맹점이 아니어서 발급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금영수증 의무 발급 대상은 매출 2400만원 이상인 소비자 상대 업종과 변호사 같은 전문직이나 병·의원 등이다. 금융회사와 제조·도매 업체는 현금영수증 발급 의무가 없다.

증권사는 그러나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발급을 거부하고 있다. “펀드 수수료 관련 현금영수증을 발급해 주면 다른 것도 발급해 줘야 하고, 이렇게 되면 모든 지점에 현금영수증 발급기를 설치해야 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게 이유다.
 
◆국세청 “규정 정비 중”=쓰레기봉투나 게임 머니 , 여권 발급비, 고속도로 통행료 등 납세자의 질문은 끝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국세청도 골머리다. 모호한 항목마다 유권해석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쓰레기봉투는 발급받을 수 있지만 의무 대상은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게임 머니와 상품권은 재화가 아닌 유가증권이어서 현금영수증 발급 대상이 아니다. 정부에 내는 여권 발급비나 고속도로 통행료도 발급 대상이 아니라고 법으로 규정돼 있다.

강형원 국세청 전자세원팀장은 “소득공제가 되지 않는 항목 중 세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이 있다”며 “관련 부처에서 이를 명확히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영수증 금액은 신용카드 사용액과 합해져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 11월까지 1년간 사용한 신용카드·현금영수증 금액이 총급여의 15%를 넘을 경우 초과분의 15%를 소득공제해 준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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