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비준 順風 정부개편 逆風-年末국회 명암교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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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순항하는 외무통일위와 난산(難産)하는 행정경제위.
막바지에 접어든 정기국회 양대(兩大)현안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세계무역기구(WTO)가입비준동의안」은 당초 예상과 달리 순풍에 돛단듯하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한치의 진전도 없는 것이다.
9일 열린 국회 행정경제위에서 민자당의 마음은 급해보였다.민자당은 수없이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신속한 의결을 재촉했지만 민주당은 느긋했다.심도있는 심의를 명분으로 「牛步(소걸음)전술」을폈다. 행정경제위 위원장은 민주당 소속인 김덕규(金德圭.서울중랑을)의원.
그는 사회권을 활용해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시간을 벌었다.
그는 이 안건에 관한 한 통과를 알리는 사회봉을 내년 임시국회에서나 두드릴 생각임이 분명했다.정부조직개편 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내년도 정국운영 구상과 직결돼 있는 현안이다.행정의효율화를 간판으로 제2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특히정기국회 일정을 감안하면 최소한 15일까지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야 한다.폐회일인 18일 전에 새로운 총리임명 동의절차를 밟아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차질이 오면 함께 물려있는 내각과 민자당,청와대비서실의 개편스케줄에도 결정적 영향이 온다.장기적으로는 내년 지자제선거 준비체제 구축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야당은 이같은 여권의 다급함을 정국 반전의 카드로 인식하고있다.이미 민주당은 지난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1월 임시국회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고 당론을 정했다.밀실결정과 졸속심의는 안된다는 이유에서다.그때까지는 공청회등 공론화과정 을 거치자는주장이다.한마디로 여권의 의도대로 따라가 주지는 않겠다는 의도다. 이와 관련,민자당 이세기(李世基.서울성동갑)정책위의장은 『정부안을 한줄도 고칠수 없다.이번 회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민자당은 계속 민주당이 시간을 끈다면 국회의장 직권에 의한 본회의 회부-처리까지 불사할 움직임이다.그 러나 지난2일 새해예산안 변칙처리의 후유증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이래저래 민자당 입장은 난처하다.한 회기내에 두번의 변칙처리를 강행한다는 것이 내년 지자제선거를 앞두고 큰 부담이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이처럼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데 반해 또 다른현안인 WTO가입비준동의안 처리는 순풍을 타고있다.
9일 외무통일위에서 여야는 민주당이 제출한 「WTO협정이행을위한 특별법」제정에 합의했다.이에 따라 법률안 심사소위가 구성됐으며 WTO가입비준동의안과 병행처리키로 결정,여야합의에 의한국회처리 가능성도 엿보이고 있다.
WTO가입비준안은 이번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 시각차가 커 최대쟁점이 될것으로 예상됐었다.그러나 민주당이 「비준 절대반대」에서 「조건부 비준」으로 태도를 바꾼데다가 민자당도 민주당이주장하는 이행특별법 제정에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 아서는 바람에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는 우선 WTO가입이 대외적으로나 국익에 있어 명분이 뚜렷하다는데 여야가 의견을 같이한 때문이다.물론 이것은 지금까지의상황이다.
결국 정기국회 최대현안인 WTO가입비준안과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는 이번 주말을 고비로 국회 처리과정에서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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