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 막고, 차두리 넣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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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 한달여 전까지 거스 히딩크 당시 한국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은 출전 엔트리 23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선수 사이의 경쟁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홍명보(LA).안정환(요코하마).설기현(안더레흐트)까지 히딩크 감독은 "엔트리 포함은 더 두고봐야…"라고 했다. 경쟁은 대표팀의 힘이었다.

움베르투 코엘류 대표팀 감독도 2006년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을 시작하며 똑같은 채찍을 들었다. 주전 경쟁. "지난 월드컵 출전 선수나 해외파 선수라고 주전 경쟁에서 예외가 아니다." 코엘류 감독의 한마디는 대표팀 주전 경쟁에 불을 붙였다.

18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월드컵 예선 레바논전. 차두리(프랑크푸르트)는 전반 32분 헤딩 선제골을 뽑아내며 경쟁을 더욱 격화시켰다. 그간 주전으로 여겨졌지만 부상으로 빠졌던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는 이제 차두리를 뒤따르는 입장이 됐다. 코엘류 감독의 말대로 주전 자리는 실력만이 보장해 주는 상황이다. 이는 그동안 붙박이 주전으로 여겨졌던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코엘류 감독은 오만전(14일)을 앞두고 귀국한 송종국(페예노르트)에게 "아시안컵까지 여섯번쯤 볼 텐데, 열심히 해라. 주전 자리는 내가 보장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코엘류 감독에게 예외는 없었다. 이천수.송종국은 물론이고 김남일(전남).박지성(아인트호벤)도 경쟁무대에 올랐다.

코엘류 감독이 경쟁을 모토로 내건 것은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눈에 띄게 크고 있는 올림픽 대표선수들이 오만전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송종국.이영표.이천수 등 유럽파 핵심들이나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요코하마)이 빠진 자리는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올림픽팀 최원권(안양)은 송종국을 대신해 오만전 때 측면에서 넓은 활동영역, 날카로운 슈팅과 크로스를 자랑했다. 올림픽팀 김동진(안양)도 이영표를 대신해 제몫을 다했다.

수비수 조병국(수원)에 대한 코엘류 감독의 신뢰도 깊다. 홍명보 은퇴 후 유상철 몫으로 여겨졌던 이 자리에 조병국이 서면 유상철의 이동이 불가피하다. 연쇄적으로 미드필더나 공격수 중 누군가 벤치로 밀려야 한다. 또 김두현(수원)의 기용에 따라서는 미드필드도 새로운 주전 전쟁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코엘류 감독은 "큰 대회를 위해서는 모든 포지션에 주전급 선수가 두명 필요하다. 두 선수 중 누가 기용될지는 경기가 열릴 때까지 알 수 없다"며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18일 레바논전을 시작으로 독일행 문을 열어젖힌 대표팀은 일단 해산했다가 다음달 31일 월드컵 예선 몰디브 때 재소집된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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