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 삐딱하게 앉은 모습 한번도 못 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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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호 05면

이흥주 홍보팀장 [최정동 기자]

무소속 이회창 후보 선대위의 이흥주(64) 홍보팀장은 국무총리실에서 23년을 근무했다. 이 후보의 짧았던 총리 재임기간(4개월) 중 비서실장으로 보필한 것이 계기가 돼 곁을 지켜왔다. 이 팀장은 “21명의 총리를 거쳤는데 잠깐 일했던 이 후보를 15년째 모시고 있으니 참 질긴 인연”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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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본 이 후보는 “흐트러짐이 없는 분”이다. 총리 시절은 물론 남대문로 단암빌딩의 개인 사무실에서도 의자에 삐딱하게 앉은 모습을 본 일이 한 번도 없다고 한다.

‘그러면 출마 이후 보여온 파격적인 행보는 연출된 것이냐’고 묻자 “그것 역시 ‘내가 국민을 섬기는 모습을 못 보였기 때문에 (두 번 대선에서) 안 됐다’는 이 후보의 진지한 마음에서 우러나온 행동”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참모들이 짠 계획이었다면 이 후보는 수줍어서도 책상 위에 올라서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정계 은퇴 뒤 국밥집·냉면집에서 시민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면서 참 많이 편안해졌다”며 “심지어 다방에 가서 마담에게 ‘미인이다’는 농담도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방이 없는 음식점은 좀체 안 가던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쪽’ ‘법대로’의 깐깐한 이미지는 겉만 본 사람들의 오해라며 총리 시절의 일화를 소개했다.

“아침에 출근하면 제가 먼저 주요 현안을 보고한 뒤 간부회의를 합니다. 간혹 제가 이미 말씀 드린 내용을 다른 간부가 지루하게 설명을 해도 이 후보는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해요. 이유를 물으니 ‘공개적인 자리에서 무안하게 하면 되겠느냐’고 하더군요.”

법관·관료·정치인 중 이 후보 기질에 가장 어울리는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판사 시절엔 만나지 못했지만 정치인·관료로서의 감각도 뛰어났다”고 평했다. 1994년 1월의 낙동강 페놀 사건 대처를 예로 들었다.

“현장 방문을 추진하는데 ‘낙동강에 가면 영산강도 들러야 한다’고 하더군요. 헬기로 그렇게 장거리를 가는 건 위험해서 안 된다고 반대하자 ‘괜찮아, 영산강까지 가자’고 밀어붙였습니다. 추진력과 정치적 균형 감각에 놀랐습니다.”

총리 시절 청와대와 충돌할 땐 하루하루가 철렁함의 연속이었다. 정치권 입문 뒤 잇따른 시련을 지켜보면서 이 팀장은 “내가 울보가 됐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바른 분이 모진 일을 당하니 자꾸 눈물이 난다”는 토로였다.

이 후보의 단점으로는 “엄격한 이미지가 강해 다른 사람을 주눅 들게 하는 것”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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