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선명성 강조 이회창 "이명박은 신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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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가 충북 옥천 고 육영수 여사의 생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 정권은 신좌파 정권이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14일 대전역 앞 유세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이렇게 공격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는 (언론 설문에서) 스스로 진보-좌파임을 명백히 했다. 이명박.정동영은 좌파"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BBK 수사와 관련해) 이 정권은 이명박에게 확실한 면죄부를 줬다. 노무현 정권과 이명박 후보가 합작해 다음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 자신과 이명박 후보 간 대결을 '보수 진영 내 경쟁'으로 주장해 왔다. '노무현 정권=이명박 정권'이란 논리를 강조하고 자신이 '보수 진영 유일 후보'라고 부각한 것이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핵심 전략 지역인 충청.영남권(천안→대전→옥천→안동→대구)을 누볐다. 15일에도 대구.부산 등 영남권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선거 비용 보전의 마지노선인 15% 득표율도 위태롭다"는 캠프 내부의 위기감을 해소하고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최후의 일전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그런 탓인지 이회창 후보는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거칠고 공격적인 표현을 토해 냈다.

◆"충청이 이명박 곁불 쬐는 핫바지냐"="(BBK 수사에서) 어떻게 정권과 잘 합의가 됐는지 미꾸라지처럼 빠져서 면죄부를 받았다. 대통령 되겠다는 사람이 미꾸라지처럼 살살 빠져서 어떻게 국민의 믿음을 받을 수 있겠나. 과거 YS.DJ.노무현에게 속았던 충청이 이번엔 이명박에게 속아서 곁불 쬐는 핫바지가 되겠느냐."

이 후보는 특히 충청권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년 총선에서 '이회창 신당'의 근거지가 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날 캠프의 확대전략회의도 대전역에서 열렸다. 이 후보는 이어 충북 옥천의 고 육영수 여사 생가를 찾았다. 그는 육 여사의 장녀인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지지 연설을 하는 데 대해 "이명박씨가 한나라당 후보가 돼 여러 사람이 고생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당초 영천.포항을 들른 뒤 오후 9시50분 대구에 도착하는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갑자기 영천.포항 일정을 취소하고 오후 5시쯤 대구로 향했다. 이채관 수행팀장과 이혜연 대변인은 "대구 지인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해 먼저 숙소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숙소로 향한 건 빈 차였다. 이 후보는 오후 6시30분쯤 KTX를 타고 서울로 향했고, 한 시간여 체류한 뒤 다시 대구로 돌아갔다. 이채관 팀장을 비롯, 대부분 측근들은 여전히 "이 후보가 계속 대구에 머물렀다" "이 후보의 서울행은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둘러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도대체 어떤 중요한 인사를 만나기에 극비로 왔다 갔다 하고, 주위에선 거짓말을 하느냐"고 궁금해 했다. 범여권 후보나 비중 있는 국민적 인사와 회동했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돌았다.

이 후보 측의 한 인사는 "상대방이 결심한다면 내일(15일) 되면 알려질 것"이라고 말할 뿐 만난 상대에 대해선 함구했다.

대전.옥천.안동=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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