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隱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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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은(隱)은 언덕(=阜)에 의지()하고 있는 모습이다.참고로 벼(禾)에 의지하는 것()이 穩(온)이다.곧 쌀만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고의로 기댔다면 숨기 위해서가 아닐까.그래서 隱은 「숨다」는 뜻도 있다.은닉(隱匿).은밀(隱密)이 있다.隱의 반대가 현(顯)이다.자신을「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퇴(退)는 본디 (착,동작).日(해) (쇠,천천히 걷다)의 결합으로「해가 천천히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사람에게 그것은 해가 왔다가 사라지는 것으로 보였다.그래서 해가 뜨는 것을 진(進)또는 출(出),지는 것을 퇴(退)또는 몰(沒)이라고 했다.여기서 退는 「물러가다」는 뜻도 가지게 됐다.퇴보(退步).후퇴(後退)가 있다.은퇴(隱退)는 은거(隱居)와 퇴직(退職)의 준말로서 단순히 물러나는데(退職)그치지 않고 초야에 몸을 숨긴다(隱居)는 뜻이 들어 있다.그러나 그것은 지금처럼 나이(停年)가 아닌 정치 상황에 따라 퇴직이 결정되었던 옛날의 처세방법일 뿐이다.따라서 일흔이 넘은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구한말 황현(黃玹)선생처럼 그야말로 일생을 「은퇴」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정년으로 은퇴한다는 것은 커다란 손실이다.그것보다는 임중도원(任重道遠.책임은 막중하고 갈길은 멀다)의 정신으로 당당하게,그리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현시(顯示)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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