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연체도 열 받으면 도체 되는 현상 입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김현탁 박사팀이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부도체)가 금속(도체)으로 바뀌는 현상(MIT·Metal-Insulator Transition)을 입증하는 연구 논문을 미국의 과학 권위지 ‘사이언스’ 14일자에 발표했다.

 김 박사팀은 미 UC샌디에이고대학의 디미트리 바소브 교수팀과 함께 상온에선 절연체인 ‘바나듐옥사이드’의 온도를 섭씨 70도까지 올리자 금속으로 바뀌는 현상을 분광학(分光學)적 방법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광학은 특정 물질에 투과되거나 반사되는 빛을 분석해 물질의 성분과 상태를 알아내는 기법이다. 김 박사팀은 2004년 MIT 현상을 실험으로 입증해 물리학회지 ‘뉴 저널 오브 피직스(New Journal of Physics)’에 게재했었다. 이번 논문은 기존 연구를 분광학 분석을 통해 다시 입증한 것이라고 ETRI 측은 설명했다. 김 박사팀은 지난해 9월 MIT 현상을 응용한 ‘임계온도 스위치’를 만들기도 했다(본지 2006년 9월 21일자 8면).

김 박사는 “이 스위치를 사용하면 휴대전화와 노트북 배터리가 과열로 폭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가 과열되거나 과충전되면 절연체였던 스위치가 금속으로 바뀌면서 배터리 내부에 저장된 전기를 외부로 빼내는 방식이다. ETRI는 이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시켜 상용화할 계획이다. 

김원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