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대선' 향한 조연들 행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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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판엔 '대선 이후'를 향해 뛰는 조연들의 움직임도 긴박하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정몽준 의원은 13일 광주에서 지원유세에 나섰다. 그는 광주 충장로 연설에서 "광주.전남에서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것은 윗동네인 전북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 역시 가까운 옆 동네 출신이므로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표를 부탁했다. 정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호남 지역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된 데는 나의 책임도 컸다"며 "이번엔 민주화의 성지(聖地)인 광주 시민이 앞장서 정치판을 바꿔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선 "대선 뒤 행정부에 들어갈 수도 있겠지만 당에서도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탓에 당 안팎에선 정 의원이 다음 대선이나 당권에 도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다른 관측도 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 의원이 현대 가신이었던 이명박 후보와의 과거 인연을 생각하면 오히려 다른 정치인보다 더 신중하게 움직일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당분간 정치 행보를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는 10일 고향인 부여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원유세를 펼쳤다. 그는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모신 뒤 다시 야인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9선인 그가 '최초의 10선 의원'이란 꿈을 이루기 위해 차기 총선에 뛰어들지 모른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총재가 자기 욕심 때문에 입당한 건 아닌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JP가 내년 총선 때 충청 지역 공천에 간여할 가능성을 내놓는다.

대통합민주신당에선 정동영 후보의 경선 경쟁자였던 손학규 선대위원장이 '깨끗한 유세단'을 이끌고 수도권.충북.전남.광주를 집중적으로 돌고 있다. 신당 경선 때 그를 지지한 의원.조직이 많았던 곳이다. 9일 정 후보의 태안 방문 때는 정 후보보다 1시간반 앞서 도착해 삽을 들고 해안가 기름띠를 걷어냈다. 유세로 목이 쉬어 병원 신세도 졌던 그는 지난해 민심대장정처럼 유세 현장을 누빈다. 그의 강행군엔 대선 이후를 겨냥, 신당 경선 때 드러났던 취약한 당 내 지지 기반을 강화하려는 시도도 포함됐다는 해석이 있다.

최근 정 후보 지원에 나선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엄지 유세단'으로 수도권을 뚫고 있다. 당 일각에선 "대선 이후 당의 전면 쇄신을 보여주려면 강 전 장관이 지도부로 나서야 한다"는 '강금실 얼굴론'이 나온다.

신당 경선 때 정 후보를 매섭게 공격했던 유시민 의원은 감각적인 언변으로 영남에서 정 후보 지원유세를 벌이고 있다. 경선 때 2012년 대선을 노리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던 그는 내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을 출마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찬 선대위원장은 최근 '정치검찰-이명박 유착 진상규명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BBK 특검법 발의 등을 놓고 이명박 후보 진영과 전면전 중이다. 그의 대선 이후 동선은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뒤 행보와 친노(親노무현) 진영의 결집 여부에 연결돼 주목받는다.

채병건.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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