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등급제 도입때 대학과 타협 … 부동산 정책은 한국이 제일 잘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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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무현 대통령은 13일 "2004년 등급제를 도입할 때, 9등급으로 할 때 대학교와 대학 운영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타협한 것인데 돌아서서 그것을 깨 버렸다"며 "정치하는 사람들이 거짓말한다고 하는데 대학 교육도 거짓말을 안 하면 대학 교육이 안 되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3차 국가인적자원위원회 회의에서 9등급 대입 수능 등급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과 관련해 "지금 등급제 가지고 난리가 났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특히 "지금 우리 교육 방향이 자기 혼자만 똑똑하고, 이기고, 잘살겠다는 아주 극단적인 이기주의 교육을 하고 있지 않느냐"며 "그런 사람들이 회사에 가서도 적응 못한다고 하고, 기업체에 가서도 성공 못한다고 들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교육 정책과 관련한 노 대통령의 발언 요지.

"그나마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1995년 5.31 교육개혁안 이래 꾸준히 같은 방향으로 발전시켜 오고 있는 이 교육제도 정신이 일거에 훼손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5.31 교육개혁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에 만든 것이다. 국민적 합의였다. 지금 와 가지고 딴소리를 하는 거다. 정책을 하면서 보니까 옛날에 다 검증하고 넘어간 문제를 놓고 또 같은 논쟁을 반복한다. 우리가 본고사를 94년도에 부활했는데 그때 우리나라 전 신문이 난리가 나지 않았나. 본고사 때문에 우리 아이들 다 죽인다고…그렇게 해놓고 지금 와서는 완전히 뒤집어 가지고 딴소리를 하지 않는가. 이렇게 해서는 정책이 바로 갈 수가 없다.

(영재 교육과 관련해) 과학기술부에선 과학영재학교를 독립재단으로 만들자는 안이 있고, 교육부에서는 현 수준에서 국립해사고와 같이 국립으로 하자고 한다. 국립으로 하는 데 대해 부처 간에 반대 견해를 가지신 분들은 양해를 해 달라. 이렇게 일단 간 뒤 별도 독립법인으로 할 것이냐 문제는 법을 개정해야 하니 추후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학들에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 제도는 2004년 논의를 한 것이고, 대학들이 약속한 것인데 일부 대학이 지키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과 김 부총리의 말에 대해 대학들은 반발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소재 사립대 입학처장은 "수능등급제를 도입하며 2004년 교육발전협의회라는 것을 만들기는 했지만 2년 동안 회의 한 번 했을 뿐"이라며 "이것을 두고 대학이 동의했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문환 국민대 총장은 "(내신 비중을 높이지 않은 것과 관련) 6월 22일 청와대에 갔을 때 내신 50%를 대학들이 동의했다고 하는데 우리가 동의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집값 올랐지만 금융위기 막아"=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하던 중 "부동산 보유세 제도와 과표 현실화는 30년 미뤄 온 과제로, 그것을 했는데 이전에 없던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새롭게 논쟁하고 있다"며 "시장에 맡겨놓은 정책의 결과가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금융위기이며 유럽도 휘청거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부동산값은 조금 올랐지만 우리 한국은 이겨내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았지 않았느냐"며 "한국 정부가 제일 잘했는데 계속 시비만 한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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