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인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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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인생’ - 유자효(1947~ )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며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울컥 눈물도 날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든다고 말해야 할까. 모르는 일이 아니지 알고는 있었다. 다들 그렇게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한 인생을 살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앞서 가셨는데도. 그런데도 짐짓 모른 척했던 그만큼의 인생을 처음 보듯 여기서 본다.

<신달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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