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 유자효(1947~ )
늦가을 청량리
할머니 둘
버스를 기다리며 속삭인다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하지?”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 울컥 눈물도 날 것 같다. 정신이 번쩍 든다고 말해야 할까. 모르는 일이 아니지 알고는 있었다. 다들 그렇게 꼭 신설동에서 청량리 온 것만 한 인생을 살고. 아버지도 어머니도 앞서 가셨는데도. 그런데도 짐짓 모른 척했던 그만큼의 인생을 처음 보듯 여기서 본다.
<신달자·시인>신달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