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말 금융 2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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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책임 떠넘기고
“제2 외환은행 꼴 될라”우리금융 매각시한 폐지

우리금융지주 매각이 다음 정권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13일 차관회의를 열고 내년 3월 27일로 돼 있는 우리금융지주 매각 시한을 없애기로 의결했다.

재정경제부 임승태 금융정책국장은 “시한을 법으로 정해 놓으면 매각에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며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고 금융산업 발전에 맞는 인수자를 찾기 위해 시한을 없애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계에선 ‘대안 없는 시간 끌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매각 계획이나 방법도 정하지 않고 정부가 무작정 시한을 늦추고 있다”며 “론스타에 매각된 외환은행의 경우처럼 자칫 매각 책임을 떠안을까 우려한 관료들이 몸 사리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73%의 정부 지분 중 23%는 쪼개 팔되 지배지분(50%+1)은 전략적 투자자에게 판다는 ‘큰 그림’만 그려놓고 있다. 우리금융 지분 50%을 인수하려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할 경우 최소 8조원 이상이 소요된다. 대형 외국계 금융회사나 사모펀드 이외에는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산업자본이나 국민연금의 참여 등이 있어야 외국 자본에 팔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정권 말이라곤 하지만 이런 대안에 대한 논의조차 없이 시간만 연장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못질’ 하고
“유력 후보는 완화한다는데 …”금산분리 금지 입법 예고

정부가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지배를 원천봉쇄하고 나섰다. 재정경제부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에 관한 7개 법률 개정안이 올 6월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관련 시행령을 만들어 입법 예고한다고 13일 밝혔다.

이에 대해 금융계 관계자는 “유력 대선 후보가 산업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금산분리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며 “이럴 때 굳이 시행령을 통해 금산분리를 강화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행령에 따르면 앞으로 제2금융권 업체들은 대주주를 위해 담보를 제공해줄 수 없게 된다. 어음을 배서하거나 출자 이행 약속도 해줄 수 없다. 또 금융회사가 대주주나 최대주주의 계열사가 발행한 유가증권을 살 때는 단일 거래금액이 자기자본의 0.1%(또는 10억원)를 넘으면 이사회 전원 결의를 거쳐야 한다. 또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하고 공시도 해야 한다. 대주주가 금융회사에서 돈을 가져가는 것을 최대한 차단한다는 취지다.

또 대주주에 대한 신용평가 결과 금감위가 정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아예 대주주가 발행하는 유가증권을 인수할 수 없도록 했다. 대주주는 회사에 대해 통상적인 조건과 다르게 거래할 것을 요구하거나 미공개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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