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고 채워 스스로 빛나는 사람 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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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방 안에 앉아 창가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를 한참 바라보았다. 날씨가 참 좋았다. 순간순간 햇빛을 받은 먼지가 소행성처럼 빛났다. 그리고 이제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말하자면, 아직 한참 모자라다. 무지 작고 가볍다. 이 어마어마한 우주에 그냥 사람 크기 정도의 먼지일 뿐이다. 완성된 세계를 가지려면 얼마를 더 힘써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게 짜잔, 등장하는 햇빛처럼 멋진 옷을 입혀주신 중앙일보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린다. 잠깐의 눈부심으로 끝나지 않도록 열심히 고민하며 살아가겠다. 채우고 채워서 스스로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부모님, 정말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약력=▶1986년 서울 출생 ▶연세대 국문과 2년 휴학 ▶경기 용인소방서 의무소방대원 복무중



심사평

팽팽한 긴장감 가득한 ‘수작’

중앙신인문학상은 치열한 경합으로 유명하다. 월 백일장을 통과하며 갈고 닦은 실력을 연말에 다시 경쟁한 끝에 인정받는 상이기 때문이다. 올해 당선작 ‘활’은 그 과정에서 드물게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를 얻은 수작이다. 시적 발상이나 언어 감각, 이미지 처리 능력이 뛰어나고 신선하다. ‘활’을 이만한 상상력과 조형력으로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정상혁 씨는 이제 ‘쏠 준비를 하는 순간 모든 게 과녁’이라는 자신의 시구를 보여줄 수 있는 시인의 길에 들어섰다. 부디 ‘팽팽’하고 ‘깊은 울림’이 ‘활활활 타오르’는 명중 이상의 작품들을 쏘아주기 바란다.

 함께 논한 김남규·김대룡·송유나·연선옥·이서원씨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다. 그러나 시적 발상과 이미지 면에서 참신성 혹은 완성도가 당선작에 못 미쳤다. 무엇보다 고답적이거나 공소한 내용, 부자연스러운 율격 등이 넘어야 할 과제인 듯싶다. 신인일수록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절실하다.

 

<심사위원 : 유재영·김영재·이정환·이지엽·정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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